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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Dec 29. 2022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독서메모

2022년 하반기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새로운 관심사들이 계속 생겨나니까. 하지만 꾸준하게, 깊게, 파고들만한 무언가는 나에게 없었다. 그런 것이 뭐 나쁘냐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막상 나만의 무기를 찾으려 하니 내가 좋아했던 모든 것들이 너무 얕고 가벼웠다. 여전히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굿즈를 제작하고 브랜딩에 대한 책들을 읽다 보니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매력적이고 빠져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얘기할 때 신이 나서 연도나 수량 같은 세부적인 숫자를 나열하거나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꿰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요즘 시대에 확실히 자신만의 무기가 된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타쿠' 나 '마니아'로 불릴지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든든한 전문가가 될까.


그런데 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누가 좋아하는 것을 물어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조금만 깊게, 예를 들어 그 관심사의 어떤 대표적인 브랜드나 특징적인 명칭을 물어오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아하는 마음이 그런 것들을 머리에 담아둘 만큼은 아니니까. 그런 깊이다.


여태까지는 그것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누군가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일이 잘 없었으니까. 좋아하는 것들에 진심인 사람들과 부딪칠 일이 잘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연도에 우연히 지역 내 상점과 굿즈 작업을 하고 커뮤니티 모임도 참석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쳐 보니 고민이 생겼다.


그림 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구나. 누군가에게 내가 이만큼 좋아한다고 떠들만한 관심사가 없구나. 그런 걸 느꼈다. 그래서 무언가를 만들 때 자신 있게 나의 무기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조차 너무 얕고 가볍게 느껴졌다. 내가 말하고 내뱉는 모든 것들이 너무 얄팍한 속이 빈 공갈빵처럼 전해졌다.


변화하고 싶다. 무언가를 깊게 좋아한 적 없는 내가 바뀔 수 있을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새해부터는 그림 그리기 외의 무언가를 찾고 싶다. 곧바로 빠질 수는 없겠지만 차곡차곡 쌓아나가 결국 남들 앞에 내보일 그런 비장의 무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렇지만 다양한 것들에 도전해보기엔 돈이 없다. 무언가 좋아한다는 건 돈이 든다. 장비가 필요하면 장비에 대한 돈이, 수집이 목적이면 수집을 위한 돈이. 모든 것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좋아하는 건 그만큼의 소비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하다 요즘 관심을 가지게 된 독서메모를 나의 무기로 삼기로 했다. 책이라면 빌려볼 수 있으니까. 돈이 많이 들진 않지만 분야가 다양해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으니까. 또 단순히 독서가 아닌 메모를 덧붙여 나만의 노하우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메모독서법에 대한 책을 읽으며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나쁘지 않다. 책을 읽으며 내가 선택한 문장을 찾는 과정이. 그것을 기록해나가는 과정이 천천히 즐거움을 일으킨다. 잘 쌓아나가고 싶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 누가 물으면 나는 독서하며 메모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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