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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Jan 06. 2023

인생영화

인생 영화의 기준이 무엇일까?

살면서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무언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영화, 책, 음악, 여행, 장소, 음식 등 종류는 다양하다. '인생'이라는 단어와 '가장'이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신중한 대답을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하나를 꼽자니 다른 것이 떠올라 비교되기도 하고 무언가 선택했더라도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평상시 이렇게 대답해야지 하고 나만의 정답을 정해두고 사는 게 아니기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영화 모임에서 인생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고 고민했다. 어떤 걸 기준으로 대답해야 할까 하고. 정말 잘 만들었다고 감탄한 영화?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 폭소하거나 눈물을 쏙 뺀 영화? 혹은 이런 영화를 인생영화라고 해야 좀 있어 보이는 영화? 그렇게 시간을 끌다 나는 영화 하나를 댔다.


"'무지개여신'이요."


유명하지도 않아 사람들은 그게 어떤 영화인지 나에게 되물어왔다. 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라고 했다. 근데 알고 보니 감독은 다른 사람이었고 이와이슌지는 제작이었다. 그 자리에서 검색해보고 꽤나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 됐건 나는 그 영화를 찍은 감독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이기에 당연히 왜 인생영화인지에 대한 질문이 돌아왔다. 내가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그 영화가 나를 묘사해주길 바라서'였다. 이건 있어 보이는 허세와는 결이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가진 특징이 곧 나를 설명하는 특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지개 여신은 짝사랑, 서툰, 청춘 등의 키워드로 기억된다. 그 영화에서의 배우, 장소, 카메라 색감, 배경음악 등 그 분위기와 감성을 나와 동일시하고 싶었다. 그 영화를 보며 나라는 사람을 떠올려주길 바랐다. 그 영화와 닮았다고. 그 사람은 그 영화 같은 느낌이라고 수긍되길 바랐다.


그게 인생영화로 '무지개 여신'을 꼽은 나의 이유였다. 사람들도 이해해 줬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인가 보다. 대단한 흥행을 한 것도 아니고 유명한 상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서 나를 상징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 '인생'이라는 단어에 손색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나도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인생영화가 뭔지. 왜 인생영화인지. 그 선택 속에 인생을 정의 내리는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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