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두쫀쿠 별로였어요.

by 상작가


KakaoTalk_20260210_225140253.jpg


두쫀쿠를 먹은 건 지난 주였다. 누나가 빵집에 웨이팅까지 해가며 사 온 것을 나에게도 하나 베풀어주었다. 반찬통에 담긴 두쫀쿠를 나는 베어 먹지 않고 구태여 유튜버처럼 반을 갈랐다. 나만 이 귀한 것을 맛볼 수 없지. 한 번 더 반을 잘랐다. 한 조각은 엄마 입에 넣어주고 또 다른 사분의 일조각은 내 입으로. 덮덮한 코코아파우더가 일차로 느껴졌고 그다음은 쫀득한 마시멜로우, 그리고 바삭하게 씹히는 카다이프 내용물이 차례로 씹혔다.


먹고 난 다음 나의 소감은 솔직히 이럴 줄 알았다였다. 그래. 분명 이런 맛이겠지. 상상으로도 얼마든지 예상했던 맛. 이쯤에서 내가 이런 얘길 하면 분명 두쫀쿠를 사랑해서 맛집을 찾아다닌 누군가는 말하겠지. 당신이 진짜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나는 대꾸하겠다. 두쫀쿠를 다섯 정도의 레벨로 나누고 내가 먹은 것이 이에서 삼정도 사이의 중하급 레벨이라 하더라도 그래봤자 오 단계의 맛이 대단히 기대되지 않는다는 걸. 즉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두쫀쿠가 주는 맛의 한계라는 건 존재한다는 의미다.


맛있어봤자 뭐 얼마나 눈 돌아가게 맛있을라고. 미안하지만 믿지 않습니다. 두쫀쿠 열성팬의 항변 따위. 나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맛있는 음식을 찬양하는 자들의 호들갑에 속아왔다. 진짜 맛있어, 대박이야. 같은 말로. 그들이 찬양하던 음식을 먹어보면 맛은 있다. 하지만 만화 요리왕 비룡, 초밥왕 쇼타에 나오는 심사위원처럼 눈물이 나고 하늘을 날 것 같은 맛은 없다. 정말 맛있다, 맛집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라면 나는 정말 눈이 번쩍 뜨이게 맛이었야 한다는 주의라 누군가의 추천에 쉽사리 만족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다. '막입'이다. 그래서 정말 맛없는 게 아니고서야, 혹은 싫어하는 게 아니고서야 딱히 섬세하게 맛을 느끼는 편은 아니다. 음식의 맛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유난스럽다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대단한 거라 생각하고 그만큼 음식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호들갑은 참지 못하겠다.




한 번은 친구에게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맛집이란 건 없다고. 그냥 외향적이고 말수가 많고 액션이 좋은 사람들이 그 수많은 맛집들을 만들어낸 것뿐이라고. 같은 음식을 먹고 소극적인 사람은 그냥저냥 괜찮네 정도로 반응할 텐데 반응이 좋은 사람들은 분명 오버할 것이다. '와 대박'으로 시작해서 미쳤다느니, 인생맛집이라느니. 사람들은 누구의 반응을 더 보게 될까. 그저 그렇다고 생각한 표현 소극인(내가 방금 만들어낸 표현이다.)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표현 적극인들이 꼭 미식가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단편적으로 유튜브 채널 중 '또간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좋아하는 채널인데 풍자라는 유튜버가 시민들 인터뷰를 통해 두 번 간 자신만의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맛보고 최고의 맛집을 선정하는 포맷이다. 재밌게 봤던 터라 서울에 놀러 갔을 때 영상에서 소개된 집을 일부러 찾아 간 적이 있다. 맛있었다. 근데 그 유튜버가 보여준 리액션만큼의 맛인지는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같은 맛이라도 표현 적극인들은 갖은 미사여구를 사용하고 큰 소리 내는 재능을 뽐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고 표현 소극인들에게는 음, 괜찮네 정도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쫀쿠나 기타 우리나라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유행 음식들이나 맛집이 다 그런 거라 생각한다. 맛이 없는데 오버한다는 건 아니고. 맛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더 과장되게 표현한다고 느낀다. 인스타그램이 있으니까. 유튜브가 있으니까. 두쫀쿠보다는 두쫀쿠를 먹는 내가 더 중요한 시대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두쫀투의 맛으로 돌아가 나는 왜 별로였는지 말하고 싶다. 단순히 '역시 난 마이너 체질이야. 유행은 안 맞아. 킥킥' 같은 감성은 아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는 마시멜로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두쫀쿠를 먹었을 때 마시멜로우 특유의 질감을 느끼고 말았다. 그 바람 빠지는 스티로폼 질감. 그래서 싫었다. 안에 들어간 필링 역시 맛은 있었으나 딱히 대단히 특색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고. 근데 돈을 오천 원, 칠천 원 주고 사 먹어야 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지. 크런키랑 뭐가 다르다고.


두쫀쿠를 여전히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참으로 개소리인 글일 수 있으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한다. '두쫀쿠가 맛이 없다.', '두쫀쿠를 좋아하는 건 별로다.' 같은 의견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한다. 맛있는 간식이었고 디저트였다. 다만 내 취향은 아니었고 그런 유행이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주도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