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상처받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by 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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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은 상처받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란 건 알고 있다. 나는 부모가 되어본 적 없지만 으레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다들 최대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경험하며 자라길 바라는 게 당연지사겠지. 근데 나는 그 마음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내 주변 얘기를 할까 싶어 돌아보다 괜히 남의 얘기를 꺼내기 싫어서 내 얘기를 하자면 나는 엄마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당신은 내가 너무 상처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다 그렇다고. 자기 자식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이해는 간다. 아니, 이해를 넘어 어느 누가 상처받으며 살아가고 싶을까. 다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지. 그렇게 삐딱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이고 바람에서 그쳐야 한다. 그 너머 누구나 상처받고 자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한다고 믿는다.






요즘 세상을 보면 그걸 안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 '구김살 없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꽤나 좋아 보이나 보다. 고난을 겪어온 사람을 응원하면서도 태어날 때부터 덜 힘들 것 같은 조건을 지닌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화목한 가정에서 큰 문제없이 귀하게 자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칭송하는 일이 더러 보인다. 가령 같은 연예인이라도 부잣집에서 자랐거나 유학이라도 갔다왔다치면 더 부내난다며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늘 의아하다. 진짜 백 프로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크던 작던 저마다의 사정이 존재할 텐데. 가족 내에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랑받지 못하나. 겉보기에 하하 호호 행복하면 구김살이 안 생기나. 가족 안에서 사랑 듬뿍 받는다치자. 그럼 사회로 나가서 정말 사랑받고 자란 사람으로서 대접받나. 누가 더 가족에게 사랑을 받았나 못 받았나 그런 얘기가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단지 그게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아마 모두가 알 거다. 삶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심지어 그렇게 자라고 싶었던 모두가 살아보니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고 그렇기에 자기 자식이 힘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 어떤 누구의 자식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걸. 물론 개인이 겪는 고난의 크고 작음은 존재하겠지.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상처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나도 꽤나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랐다면 자란 편인데 그럼에도 사는 동안 별 일을 다 겪었다. 게다가 내 마음속 상처의 일부분은 부모님이나 가족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나니 내 자식은 상처받지 않고 살길 바라는 마음이 당연하다는 것과 동시에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욕심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 부모로서 그런 마음을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확신하면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상처 받고 그 상처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혹은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조금도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부리나케 뛰어나가 끌어안고 운다고 그것이 대단한 사랑이라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살면서 언제든 어떻게든 상처받게 된다. 그걸 부모가, 가족이 늘 나서서 막아줄 수는 없다.


대학교 교수에게 연락해 결석 처리를 부탁하는 부모, 회사 퇴사를 대신해 주는 부모, 군대에 연락해서 자기 자식 잘 좀 보살펴달라는 부모.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본다. 그걸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고, 사랑이라고 포장하고 싶지 않다. 욕심일 뿐이다. 부모 마음이 그런 거라고 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꼭 걱정과 보호만이 부모 사랑인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혼자 살아가야 하고 혼자 견뎌내야 한다. 상처받고 울고 화내고 부끄러워하고 또 사과하고 좌절하고 낙담하는 거. 그게 삶이라는 걸 모두가 알면서 그런 건 나쁜 거니까 경험하지 말라고 말하는 게 과연 사랑일까.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은 멀리서 바라봐주는 게 더 사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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