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쯤 로또가 될까?

by 상작가




로또를 자주 사진 않지만 가끔 산다. 특별히 좋은 꿈을 꾸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가끔 현실이 참 씁쓸하여 인생역전을 꿈꾸며 산다. 최근에 수동으로 내가 번호를 골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로또를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나도 사봤다. 딱 5천 원. 그 이상은 안된다고 하더라.


자동을 놔두고 왜 수동으로 했는가. 특별히 선호하는 번호가 있다거나 오랫동안 밀고 있는 번호가 있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쓰레드를 보는데 자꾸 로또 번호를 알려주거나 로또 번호에도 규칙이 있다는 게시물이 내 피드에 등장했다.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 규칙성에 색까지 칠해가며 인증해 주는데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결과는 당연히 낙첨. 됐다면 아마 여기에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몰래 돈을 찾으러 갔겠지. 최근에 산 당첨번호는 쓰레드에서 알려준 규칙성을 아주 제대로 빗나갔다. 5등이나 4등조차도 되지 못하고 바로 낙첨. 당첨자가 10명이 넘던데 도대체 왜 나는 안될까. 그들은 다 뭘 했기에 당첨이 되는 걸까. 그냥 사본 걸까. 아니면 번호 연구라도 하셨나.




로또 하니 지난 설에 할머니댁에 내려가며 사천 도로를 지나갈 때가 생각난다. 매번 그 길을 이용하는데 그 길가에 로또 명당이 하나 있다. 내려갈 때는 생각보다 별로 사람이 없었는데 올라오는 길에 보니 줄이 어디까지 늘어서있다. 저렇게 사니 명당이 되지 싶다. 아버지는 농담처럼 로또 하나 사서 갈까 엄마와 나에게 묻는다.


아버지도 로또를 사신다. 아버지 책상 휴지통에 구겨진 로또 용지가 가득이다. 꾸준히 사시는구나. 그럼에도 되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집은 대대로 횡재수 같은 건 없나 보다. 나는 그 수많은 로또 용지를 보며 생각했다. 아버지는 로또가 되면 뭘 하실까. 일을 그만두시겠지. 연세가 너무 많으신데 몸 쓰시는 일을 하시니까. 해가 갈수록 아버지는 쇠약해지시니까.


최근까지도 무늬 프리랜서를 하던 나에게 뭐라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나는 아버지가 일을 그만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 아들이 남들처럼 장성했다면 진작 일을 그만두셨을지도 모른다. 용돈은커녕 밥벌이도 못하는 아들이니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너무 오랫동안 책임지고 계신다. 그게 죄송스러워 자꾸 나를 부추기게 된다. 나 역시도 여유가 없어진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서 나도 가끔 로또를 산다. 로또만 되면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돈을 드려야지. 빚을 갚아야지. 효도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누나들에게도 나눠준다. 나는 욕심이 많지 않아. 그냥 적당히 저축해 두고 야금야금 쓰면서 아주 조금의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아무것도 해도 쫓기지 않는 삶. 멈춰도 되는 삶. 잠시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찾아볼 수 있는 삶. 그거면 되는데. 하긴 어쩌면 누구가 그걸 바라고 로또를 사고 있는 거겠지.


로또가 참 웃긴 게 만원 어치만 사야지 해서 그냥 사는 날도 있다가 낙첨이 되고 그다음주가 되면 이상하게 그 만원이 아깝다. 처음엔 현실감 없이 사면서, 안돼도 기부하는 셈치자 그렇게 사면서 그다음번엔 그게 그렇게 낭비 같다. 돈도 없는 게 어디서 함부로 만원을 펑펑 써. 마트에서 2~3천 원에 벌벌떨면서. 그 간극이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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