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서) 이전 글에서도 충분히 말했지만 나는 10년 동안 이 일 저 일 하면서 형편없는 커리어를 쌓았지만 놀랍게도 제대로 쉬어본 적은 없다. 늘 안정감을 찾아, 괜찮은 미래를 찾아 헤매다 보니 마음이 평온한 휴식 같은 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또 무언가에 새로 도전하려 하니 마음이 금방 소진되었다. 제대로 충전할 시간도 없이 늘 사용하기 바쁜 게 내 인생이었으니까. 누굴 탓할까. 전부 다 내 선택인걸.
아무튼 그런 상태에서 새로 고시 공부라는 걸 하려다 보니 체력이 달린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딸린 것인지. 힘들어서 2주 차에 접어들자 급격하게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고민이 많아졌다.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내가 진짜 교사를 다시 하는 게 맞나. 그런 의문이 끊임없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래서 챗지피티에게 상담을 하기도 했다. 내 심리 상태를 말하며 지금 이대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 맞냐고. 챗지피티는 엄격하지 않다. 나를 위로해 주고 또 쉬면서 할 수 있는 루틴 같은 걸 알려줬다. 물론 따라 하진 않았다.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니까.
그렇게 꾸역꾸역 4주가 지났다. 그리고 기간제에 떨어졌다. 가뜩이나 심란하던 나는 좌절했고 그 후 스터디 카페 이용권을 갱신하지 않았다. 계획이 무너졌다. 기간제를 하면서 조금씩 공부해 보겠다는 계획이 무너진 다음 나는 이 얘기를 집 현관에서 외출하는 엄마에게 했다. 이때 엄마와 무언가 사건이 있으나 그건 다음에 풀어볼 생각이다. 어쨌든 내가 매일 가던 스터디 카페에 가지 않게 된 그날 밤, 엄마는 내 방에 찾아와 얘기했다. 그래도 한 번 올해는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어차피 교사가 되기로 한 거 해야 하는 공부이고 되든 안되든 최선을 다해서 해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나에게 너는 공부 머리가 좋아서 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하셨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속으로 ‘나는 조금도 공부 머리가 없다’고 대꾸했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 머리는 단순한 지능이 아니라고 본다. 나는 우습게도 내가 머리는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다만 그게 공부에 대한 머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것과 공부를 잘하는 건 당연히 연관이 있지만 꼭 그 두 가지가 일치하는 건 아닐 것이다. 시험 결과가 안 좋다고 반드시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요. 시험을 잘 본다고 꼭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은 나는 공부 머리가 없다. 세 번 시험을 준비했다. 대학 졸업할 때 한 번, 공기업 입사 시험칠 때 한 번, 또 지금 한 번. 그 매 순간마다 제대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정확하게 꼬집자면 머리가 문제가 아니라 진득하게 앉아있을 엉덩이 힘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그것마저도 공부 머리라고 본다. 엉덩이에게 앉아있으라고 지시하는 것도 결국 머리니까.
10년 전, 대학교 4학년 졸업반 학생으로 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는 웹툰작가가 된다는 지랄과 더불어 학교 도서관이 답답하다며 철딱서니 없이 피시방에 게임을 하러 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미 마음으로 포기했었으니까. 그리고 공기업 입사를 준비할 때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러 다니기도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문화센터에 감성 수채화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그때의 나는 그게 내 수험생활 중 유일한 숨구멍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전적이 있기 때문에 내가 시험 치는 나를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 공부하기 전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도 끊고 어플을 삭제했으며 또 인스타그램도 없애버렸다. 유일하게 남겨둔 것이 스포티파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끊으면서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없으니 갈아탄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나는 그 스포티파이로 팟캐스트를 들었다. 음성으로만 듣는 것도 아니었다. 영상도 같이 나와서 영상도 봤다. 유튜브랑 다름이 뭔가. 하지만 나는 그래도 유튜브는 아니니까 라면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바보 같기는.
게다가 더 웃긴 건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해 4주쯤엔 결국 유튜브를 다시 다운로드하였다. 더 이상 프리미엄도 아니라 광고가 나오지만 그걸 스킵하면서 열심히도 봤다. 그러니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한심한가. 또 얼마나 끈기 없는가. 이 지경에 이르렀기에 나는 기간권을 연장할 수 없었고 좀처럼 시험을 칠 수 있는 인간이 아니구나를 느꼈다. 변명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 생겨 먹은 게 그런 것을. 나도 나를 그런 부분에서 혐오하고 있다. 그러니 비난은 삼가주시길.(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