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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y 11. 2022

촌스러운 인간상

6. 여행에게 가자(1)

여행을 떠나고 싶다. 너무 오래된 마음이라 친구에게 이런 얘길 꺼내면 질색한다. 떠나고 싶다고 말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느냐고. 친구의 꾸중에 댓 발 입이 튀어나오지만 질리는 마음도 이해한다. 정말 오래되었다. 내 기억으론 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기차여행을 떠난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변명을 하자면 일단 사는 게 바빴다. 제대로 된 일을 구하기 위해 계속 방황해야 했다.(여전히 불안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차가 없다. 차가 있다면 갈 수 있는 곳이 더 많았을 것이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운전이 무섭다. 블랙박스 영상을 너무 많이 본 탓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자니 거기서 또 귀찮음이 밀려온다. 집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된다. 애초에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니 내 삶에 최적화된 환경인 집을 떠나 사서 고생을 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물론 내가 늘 집에 쳐박혀있었던 건 아니다. 가끔 누나들과 조카의 여행에 따라나서기도 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내 존재는 아이들을 봐주는 용도(?)였다. 그러니 그건 나의 여행이 아니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다.


다시 말해 내가 하고 싶은 건 나를 위한 여행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경험이다. 계획부터 실행과 마무리까지. 그런 여행은 살면서 해본 적이 없다. 대학생 때 떠난 여행마저도 친구의 계획에 몸만 얹혀 따라다녔다. 비계획적이며 걱정이 많은 나는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것조차 전전긍긍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떠나고 싶다. 삶이 너무 단조롭다. 인스타에 일상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 치고 알맹이가 이토록 부실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쉬고 싶다. 불규칙적인 일과 불안한 휴식 사이에서 벗어나 완전한 쉼을 나에게 선사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을 시작하는 건 어렵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잘 떠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의 여행사진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나라면 한참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을 주말을 이용해 어딘가 휘리릭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여행도 가본 사람에겐 너무 쉬운 일인가 보다.


그래서 이 글을 빌려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글을 쓰고 그걸 남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장치로 이용할 작정이다. 이런 강제성조차 없다면 분명 다음번에도 친구를 만나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무의미하게 쏟아낼 것이다.


이번 해만큼은 정말 떠나고 싶다. 다들 떠나는데 왜 나만 이러고 있는 걸까. 대단한 곳에 가고 싶은 욕심도 없는데 왜 떠나지 못하는가. 그저 내가 사는 이 지역을 벗어나 생소한 공기와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


그러니 가자. 단 1박 2일이라도 좋으니 제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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