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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y 08. 2022

취향의 발견

9-2. 으뜸 아이돌의 계보와 흐름

지난번에 이어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이어가 볼까 한다. 다양한 가수의 다양한 노래와 컨셉을 좋아하지만 모든 얘기를 다 할 순 없기에 각 그룹의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나의 취향을 드러내고자 한다.


첫 번째 그룹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으뜸 그룹인 ‘에프엑스’. 난해한 가사와 더불어 대중성을 과감히 포기한 컨셉으로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은 그룹이다. 이 그룹의 색을 가장 잘 보여준 앨범은 역시 미니 1집 [NU ABO]이다. 방송에서 1위를 한건 그다음 앨범인 피노키오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눈도장을 찍은 건 역시 이 앨범부터이다.


예쁜 멤버들을 데리고 파격적인 투톤 헤어스타일과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노래를 부른다고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지만 나는 그 앨범부터 확실히 팬이 되었다. 수줍고 달콤한 사랑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감정을 고민하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당돌한 느낌을 그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고 표현한 듯해 좋았다.


두 번째 그룹은 ‘레드벨벳’. 데뷔 초 대중들은 에프엑스의 침체로 비슷하게 만들어낸 그룹이라 했지만 모든 앨범의 퀄리티와 기획력은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다.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미니 1집 [아이스크림 케이크]이다.(미니 1집을 좋아하나 보다. 4인 체제에서 막내 멤버가 투입되어 5인 체제가 되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줬던 데뷔곡 행복의 컨셉을 벗어나 미국물 먹은 세련된 느낌으로 중무장해 SM은 SM이구나 싶었다.


음산함을 갖춘 곡의 초반 인트로가 티저 뮤직비디오로 공개될 때 나는 듣자마자 이건 안 뜰 수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더블 타이틀로 나온 오토매틱 역시 곡이나 뮤직비디오의 수준에서 돈을 정말 많이 썼다는 자본주의의 냄새를 맡았다. 타이틀곡 말고 수록곡까지 모두 좋은 앨범을 찾는 건 쉽지 않은데 이 앨범은 수록된 6곡이 정말 빠짐없이 좋다.


세 번째 그룹은 ‘샤이니’. 앞의 두 그룹과 다르게 앨범을 사진 않았지만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본 그룹이다. 처음 데뷔했을 때 작은 누나가 좋아했는데 그땐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어린 느낌이 났고 아이돌이라고 하면 꽃미남들만 모아놓는다고 생각했는데 데뷔 초 샤이니에겐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sm이 점점 더 유행에 민감해지고 힙한 감성을 찾아다니면서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그룹이 아닐까 싶다.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3집 [Dream Girl]이다. 샤이니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노래는 군무가 놀라웠던 ‘셜록’이나 세련됨의 끝인 ‘뷰’를 떠올릴 테지만 가장 내 취향의 노래와 컨셉아트는 ‘드림걸’이다. 밝은 느낌의 의상과 뮤직비디오를 보여주지만 꿈을 주제로 하는 알맹이는 어딘가 기괴하다. 스탠드 마이크를 이용한 안무 역시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샤이니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진 않지만 샤이니라서 더 빛이 나는 앨범이다.


네 번째 그룹은 ‘NCT’. 다양한 체계가 있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복잡한 그룹이다. 무한 확장을 내세웠지만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러 유닛으로 꽤 다채로운 곡들을 발매했지만 확실히 음원차트를 오랫동안 점령할만한 곡은 잘 없다. 나도 초반에는 그들의 컴백을 은근히 기다렸지만 최근에는 어떤 컨셉과 노래로 데뷔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고르자면 데뷔곡인 ‘일곱 번째 감각’이다. 모든 멤버가 참여하는 게 아닌 유닛 멤버 5명만 나오는 앨범인데 무겁게 시작하는 곡의 분위기와 신비로운 컨셉, 무게감 있는 안무들의 조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 이외에 나온 노래들도 좋아했지만 그 곡만큼 문화충격을 받은 노래는 없었다.


sm 소속사 가수들만 얘기하게 되었는데 최근에 좋아하는 그룹은 중소 소속사의 걸그룹 ‘스테이씨’이다. 멤버 전원이 한국인이고 모두 노래 실력이 좋아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프로듀서의 이름 덕분에 중소돌치고는 유명해졌고 점점 팬이 늘어나는 중인 듯하다.


몇 곡 되지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두 번째 싱글 ‘ASAP’이다. 데뷔곡도 좋았지만 사실 그룹의 인지도에서 중요한 건 2번째 컴백곡이다. 그런 면에서 ASAP는 고양이 춤이나 중독성 있는 노래로 꽤 관심을 받은 곡이다. 아직까지 메가 히트곡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많은 그룹이라 응원하고 싶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가 ‘컨셉’이라고는 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와 노래도 당연히 좋아한다. 슬픈 발라드나 자랑이 가득한 힙합보다 아직은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아이돌 노래가 더 좋은 나는 어른 아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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