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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y 04. 2022

촌스러운 인간상

5. 날 추앙해요.


‘날 추앙해요.’


최근 한 드라마에 나온 대사이다. 이 대사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이런 단어를 사용할 생각을 했는지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겉멋이 잔뜩 들어 드라마를 보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일상생활에서 어떤 표현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용해도 되는 단어가 있고 쓰면 오글거리거나 허세처럼 느껴지는 단어가 있는 걸까?


암묵적인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가능하면 누군가와 대화할 때 다채롭고 문맥에 적합한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어려운 한자와 영어를 섞어 말하며 유식한 척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내 생각과 감정을 더 적확하게 전달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짜증 난다’는 말을 경계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그 말이 나오기까지는 복잡한 감정과 맥락이 숨어있다. 그런데 그걸 단순히 ‘짜증’이라는 단어로 퉁치는 것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얘기였다. 분노했다거나 가슴이 답답했다거나 귀찮아졌다거나 하는 표현으로 보다 명확하게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사실 나 역시 어휘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빡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현재 두고두고 후회 중이다. 내가 느낀 감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표현을 입 밖으로 자연스레 낼 수 있다면 나를 이해하는 것도, 타인을 설득시키는 것도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흔한 사랑으로는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나 자신을 추앙하라는 말을 나는 충분히 납득했다. 오글거리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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