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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y 01. 2022

촌스러운 인간상

4. 연락이라는 노력


요즘 잘 지내?


말은 참 쉽다. 근데 어렵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 편이다. 비싸게 구는 건 아니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남들의 요즘이 썩 궁금하지 않다. 그저 잘 지내겠거니 생각하고 만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도, 상황도, 관계도 모두 변한다. 각자의 삶이 있고 사는 건 참 바쁘다. 매일매일이 새롭게 흘러가기보단 어제, 오늘, 내일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그러니 잠깐의 안부를 전할 순 있어도 금세 할 이야기가 동난다. 나 역시도 그렇다. 누가 내게 물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잘 지낸다고 대답할밖에.


아무리 친하더라도 우리가 서로의 삶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지는가. 한때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상황을 공유했다. 그 속에 할 얘기들은 무궁무진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영역이 생긴다. 자신의 영역에 대한 이해를 원하지만 타인의 영역에 대해 관심을 쏟기엔 조금 피곤하다. 자기중심적이지만 그렇다.


허나 그런 태도는 마음에 걸린다. 연락하지 않음이 곧 이 관계에 대한 내 관심과 애정이 식음을 의미하는 것이 될까 봐. 누군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변명하고 싶다. 식은 것이 아니다. 다만 잦은 연락이 꼭 관계 유지의 정답일까 의문을 가져보는 것뿐이다.


내가 그런 식의 연락이 부담스럽다. 처음엔 반갑고 고맙지만 근황을 묻는 질문이 쌓일수록 내가 전할 수 있는 소식은 빠르게 소진되고 결국엔 내가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인지만 새삼 깨닫는 헛헛한 기분이 남게 된다. 그래서 나도 남들의 요즘을 자주 묻지 않는다. 내 관점에서 남들도 똑같이 그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렇다면 이대로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관계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동의한다. 남들이 알아서 적절한 순간에 나에게 다가오고 관심을 주길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안다. 그러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잠시 연락이 오고 가지 않는 그 시간에 대한 이해를 바란다. 잦은 연락이 꼭 관심의 척도가 아니라는 걸. 오고 가는 대화의 양이 꼭 애정의 정도가 아니라는 걸. 그저 나이가 들고 삶이 변화해서 관계 역시도 조금 느슨하게 변한 것이라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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