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작가 Apr 27. 2022

촌스러운 인간상

3. 식탐의 변화

어린 시절, 난 식탐이 많았다. 가끔 치킨을 시켜 먹으면 꼭 누나들보다 몇 조각이라도 더 먹기 위해 급하게 먹었고 오래 식탁에 앉아있었다. 충분히 배가 불러도 내 몫 이상을 챙기고 싶었다. 시켜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냉장고 속 음식도, 선물 받은 간식도 다른 누구의 입이 아닌 내 입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제대하고 복학 한 이후부터 식탐을 줄이기로 했다. 그 전까진 대개 학교나 군대에서 급식을 먹었으니 다른 이와 함께 음식을 공유하는 일이 잘 없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달랐다. 각종 식사자리며 술자리에서 학교 사람과 함께 먹는 일이 많았다. 남들보다 더 먹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그 정도 사리 분별은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덜 먹었다. 배가 충분히 부르지 않아도 남들보다 먼저 젓가락을 놓았다. 많이 먹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매번 성공한 것 같진 않지만 자제하려 애썼다.


그렇게 나의 식탐은 남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그라드는 듯 보였으나 완전히 사라지지 못하고 모습을 바꿨다. 혼자 먹을 때 발동한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혼자 메뉴를 정하고 끼니를 해결하는 때가 많다. 그럴 때 새로운 식탐이 생겼다. 그건 바로 ‘음식 조합에 대한 욕심’이다.


그냥 한 끼를 때우지 못한다. 간단하게 라면을 먹더라도 그것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같이 먹으면 맛있을만한 사이드 메뉴를 늘 고민한다. 분명 그것까지 먹으면 너무 배가 불러 불쾌할 걸 알면서도 단품 하나로는 늘 아쉬운 기분을 느낀다. 먹방의 영향이기도 하다. 많이 먹고, 다양하게 먹는 것이 매력이 된 시대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음식끼리의 찰떡궁합을 찾아내 내 소화능력과는 맞지 않는 불쾌한 포만감을 얻는다.


참으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단조로운 삶 속에서 한 끼 식사를 다채롭게 먹는 것이 나름의 위안이 되기에 포기하기 어렵다. 허나 과한 것은 늘 모자란 것만 못하다. 역류성 식도염이 더 심해지고 나서야 식습관을 고치면 그땐 이미 늦을 것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대식가들의 먹방 문화와 연예인들의 소식 트렌드 사이에 낀 나는 적절한 양을 속에 담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먹어라. 건강하게 단순하게.(끝)

작가의 이전글 촌스러운 인간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