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영국행 경유 비행기 편을 고르다 보니, 카타르항공의 도하 경유 편을 선택했다. 일부러 여행올 기회가 없으니 반나절이라도 이참에 둘러보자 했다. 새벽 5시 30분경 도하공항에 도착했다. 영국 히드로 공항행 비행기는 16시 40분이라 15시까지 돌아오기로 했다.
도하에서는 입국심사가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 명 한 명 다 손가락 지문인식하고, 얼굴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다시 출국심사할 때 알고 보니, 자동출국심사를 할 수 있도록 세팅해 놓은 거다.
거의 7시가 돼서 빠져나왔는데, 다음 난관으로 인터넷 개통이 있었다. 안내 카운터에서 유심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보니 무료로 유심칩을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유심을 넣고 아무리 이래저래 해봐도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거다. 30분 정도 씨름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물어보니, 통신사 카운터에 가서 개통하란다. 선불로 데이터까지 제공되는 유심인 줄 알았더니 데이터 충전은 직접 해야 하는 깡통 유심이었던 것. 어찌 되었든 우여곡절 끝에 10 리얄을 내고 750MB를 충전했다.
공항 안은 에어컨이 빵빵해서 시원했는데, 밖으로 나오자마다 후덥지근한 찜질방 같은 공기가 덮쳐온다. 41도의 더위 속에서는 뚜벅이 여행자도 택시를 타게 만든다. 일단 아침식사를 하러 'abo shariha restaurant doha'라는 후무스 맛집으로 향했다. 친절한 점원의 메뉴 추천을 받아 humus with olive oil & meat(올리브오일과 고기를 곁들인 후무스), Falafel(팔라펠) 그리고 Shakshuka(샥슈카)를 시켰다. 샥슈카는 특이하게도 우리가 평소에 알던 모습이 아니라 스크램블 에그, 흡사 토마토달걀볶음에 가까웠다. 후무스와 팔라펠 모두 병아리콩을 주재료로 하는 요리로 고소한 맛이 압도적이었다. 다해서 2인분에 13,500원 정도 들었다. 배부르고 저렴한 한 끼 식사였다. 나중에 박물관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2잔을 시켰는데 그 가격이 11,7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거였다.
시장 구경을 할까 하다가 이 날씨에 야외를 돌아다니면 열사병에 걸릴 것 같아 미술관과 박물관 투어를 하기로 했다. 먼저 'Museum of Islamic Art'로 향했다. 일반 성인은 50 리얄, 학생 티켓은 50% 할인해서 25 리얄이다. 나는 어학원 입학증명서 서류를 보여줬더니, 할인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되었는데 다시 학생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니.
이곳 1층의 카페 뷰가 참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경만 하고 커피를 마시진 않았다.
전시는 2층에서 3층까지 이어지고 전 세계 이슬람과 관련된 모든 유물들을 총집합하여 모아놓았다. 타일, 카펫, 경전, 도기 등 화려하고 다양한 유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다음 목적지는 'National museum of qatar' 카타르 국립 박물관이다. 남편은 통합티켓을 99 리얄에 구매했는데, qatar olympic and sports museum까지 해서 3곳을 150 리얄(한 곳당 50 리얄) -> 99 리얄로 할인해서 통합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게도 스포츠 뮤지엄까지 방문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1 리얄을 절약한 셈. 국립 박물관은 사람이 더 많았고, 건물의 건축 설계 자체가 독특해서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구경거리였다. 안의 전시 내용은 바다, 사막 등 자연에 대한 내용이 많아 아이들과 오면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현지 아이들이 많이 뛰어다녔다.
자유여행을 다니는 건 구글맵과 우버만 있으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공항에서나 관광지에서나 서글서글한 남성분이 '택시투어 안 할래? 하루 종일 얼마에 데리고 다녀 줄게!'라고 영업을 한다. 우리는 곧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해서 미안하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만약에 이렇게 직접 알아보고 찾아다니는 게 번거롭다면 '도하 시티투어'도 잘 준비되어 있으니 사전에 예약하면 된다. 다음에 도하에 온다면 꼭 Souq waqif(재래시장) 그리고 수산물시장을 구경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