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예선 잉글랜드 vs 이탈리아 현장
7월 초, 영국 온 지 10일차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던 웸블리다. 내가 설렌 건 아니고 남편이! 나는 축알못인데 남편은 유럽 축구 보거나 풋살을 뛰는 걸 좋아해서 웬만한 영국의 작은 소도시 지명도 잘 알고 있다. 영국의 역사나 문화 등 다른 건 몰라도 '아 이 도시는 어떤 선수가 뛰는 축구팀이 있지, 이 도시의 축구팀 저지가 참 예뻐!'라며 얘기한다. 이런 그에게 웸블리는 피파에서나 보던 경기장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이 느껴졌나 보다. 연일 감탄사를 내질렀다. 심지어 뭐 공연이나 콘서트, 경기를 보러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스타디움 외관만 보러 갔을 뿐인데 말이다.
이날은 마침 영국에서 유명한 뮤지션이 콘서트를 하는 날이어서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경비 직원도 많고 꽤나 삼엄해보여서 더 가까이 가보지 못했다. 웸블리에 갈 때는 가급적 가방을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백팩처럼 사이즈가 큰 가방은 별도 보관함에 넣고 와야 하며, 입구에서 소지품을 모두 검사하기 때문에 가볍게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외부 음식, 주류 - 술 등 반입 불가)
웸블리 바로 옆에 런던 디자이너스 아웃렛도 있어서 묶어 구경하기 좋다. 한국에 있는 브랜드들 여기도 웬만한 브랜드 다 있더라.
올해 7-8월의 날씨는 정말 여름과 가을 그 사이 어딘가, 화창함 그 자체였다. 이제 11월이 되니 오후 5시만 되어도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점점 더 해가 짧아져가는 게 느껴져 아쉽기만 하다. 7월, 푸릇한 나뭇잎과 파란 하늘 그리고 보드라운 구름이 엉켜있는 이 사진 꽤나 맘에 든다. 셔터를 눌렀을 그 당시에도 이 쨍한 화창함 - 밝음을 사진으로나마 저장해두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거다.
공연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난다고 사진을 찍어달래서 찍어줬다. 활짝! 저 때만 해도 머리가 귀밑이었는데, 이제는 더 자라서 어깨에 닿는다. 과연 어디까지 장발을 하려고 그러나? 이러다 나보다 길어지는 거 아닌지 몰라.
잉글랜드 vs 이탈리아
그렇게 3달을 기다려서, 10월에 웸블리 스타디움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유로 예선 잉글랜드 vs 이탈리아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미리 저렴한 티켓 - 경기장 꼭대기에서 봐야 해서 선수들이 점처럼 보이는 - 좌석을 예매해놨기에 망정이지, 경기 날이 다가오니 전석 매진되어서 못 볼 뻔했다.
경기 시작 1-2시간 전 도로 상황이다. 정체 끝에 주차난까지 심각해 보였다. 뚜벅이 방문객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빅 경기나 콘서트가 있는 날 이 동네 차 끌고 가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웸블리를 지나가는 노선을 아예 피해야 한다. 버스도 근처 정류장에 안 선다! 구글 맵 경로 검색할 때 노선 변경 알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입장에서부터 계단을 올라가 자리 찾아 앉는 데까지도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리니 최소한 3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게 좋다.
경기는 꽤나 흥미진진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가 주도권을 잡고 첫 골을 넣어 기선제압에 성공하더니만, 잉글랜드가 결국 3골을 넣어 완벽한 역전승! 축구에 진심인 잉글랜드 사람들 이날 엄청나게 신나서 펍에서 끝까지 달렸을 게 눈에 훤하다.
최대 9만 명, 어마어마한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이다. 콘서트 같은 것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러 오고 싶은데, 워낙 유명한 가수나 밴드의 경우 오픈 후 전량 매진인 경우가 허다할 거라 예매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 웸블리 스타디움!
7월에 다녀왔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영상으로 함께하고 싶다면!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