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위기의 워킹맘
핸드폰에 어린이집 전화번호가 떴다. 금세 가슴이 두근두근.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간다.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를 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코로나 이슈인가?!
“어머니, 오늘 교사 한 분이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어요. 지금 아이를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매일 아침 코로나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손톱을 물어뜯으면서도 아이 가방을 쌌다. 더군다나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는 무뎌지기까지 했다. 설마 나한테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는 안일함도 있었다.
막상 코 앞까지 다가온 코로나를 마주하니 심장이 쿵.
“네 금방 갈게요.”
노트북을 닫고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갔다.
이미 어린이집 앞에는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다들 저마다의 사연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저 엄마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멍하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나오는 내 새끼.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생떼를 부리던 아이에게 목도리를 단단히 둘러주며 말하곤 했었다.
“아빠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엄마는 작업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우리 OO는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놀고. 할 수 있지? 우리 가족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아이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그런 말까지 해서 꾸역꾸역 보낸 게 명치에 걸렸다. 엄마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돌아서던 아이 모습이 선별 진료소로 가는 길 내내 떠올랐다. 코에 면봉을 넣어 휘적휘적할 때는 어린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어 이 세상이, 바이러스가 참 원망스러웠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더 이상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당분간 휴원이다.
모든 교사들이 확진자 교사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수동 감시자가 되었다. 수동 감시자는 다중시설, 단체 시설 이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첫 번째긴 하지만, 솔직히 감성에 젖을 여유가 없다.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부터 섭외해야 했다. 하필 외부 일정이 많은 주간이다.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나. 그러니까 워킹맘에게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것이 돌봄 공백이라는 이야기도 있는 것이다. 덕분에 업무에 펑크를 내느냐, 돌봄에 펑크를 내느냐 그 기로에서 매번 흔들린다. 언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질지 몰라 일과 육아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하며 살아가는 기분. 친정은 지방이고 시가는 몸이 편찮으셔서, 아니 부모님도 저마다의 인생이 있으시니 애초에 양가 도움은 받을 생각도 없었지마는. 이럴 때마다 양가 부모님 댁과 가까운 친구들이 부럽긴 하다.
어린이집 엄마들 카톡방이 들썩였다.
“우리 아이들 괜찮겠지?” “회사 눈치 보느라 미치겠어. 나 이제 잘릴 듯.”
“우리 진짜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나중에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 코로나 시대의 위대한 워킹맘들에 대한 이야기. ㅋㅋㅋㅋ”
속이 쓰리고 시린 와중에도 동지들이 있어 웃는다.
새벽 1시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메시지를 받고 아이를 부탁할 곳이 없나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다시 한번 훑었다. 당연히 곁에 두고 아이를 보살피고 싶지만 나에게도 지켜야 할 일상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워킹맘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눈썹 휘날리며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 그리고 이 시기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남편에게 연차를 권유하는 것뿐이다.
코로나 시대
오늘도 이 꽉 깨물고 열일하는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