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코칭이야기-건강한 거리 건강한 관계>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건강한 거리라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좋지 않다. 너무 거리를 둬도 친밀감이나 소속감을 느낄 수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너무 가까워도 상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불편함이 가중되고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하고 의도치 않은 배신과 실망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나의 경우를 이야기한다면, 난 관계가 너무 가까웠을 때 상대가 원하는 수준으로 내가 반응해주지 않는다고 받는 질타가 너무 힘들어서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타고난 정서적인 감수성이 그렇게 높은 성향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해주지 않으면 그 사람 상태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나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꼭 말을 해야 아냐며 성을 내곤 하는데 이 경우 이 사람이 왜 화가 났는지 알면 어떻게 해줄지 알 텐데 도대체 이런 상황에 저 사람이 왜 화가 났는지 모르니까 늘 눈치를 보게 되고, 나의 말이 혹시 불편하진 않았나 곱씹게 되고, 상대방의 표정이 안 좋으면 대번 움츠러들곤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불편하니까 자꾸 피하게 된다.
한편 생각하면, 이런 나의 모습은 상대방으로 나에게 너무 다가오도록 허락한 데서 기인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상대방이 나에게 많이 의지하도록 만든 셈이다. 내가 그만큼 친절했고 난 내가 그만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만큼 내가 감당할만한 관계의 선을 넘어오는 것을 인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들어오는 공격에 훅~ 퍽! 하고 당황하고 아파하며 더 낮은 자세로 나가서 상황을 강제 수습하고는, 저 밖으로 확~ 거리를 두고 데일까 봐 멀리서 빙빙 도는 자세를 취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조금은 회피적인 태도가 주이긴 하지만,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을 연습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기대를 상대방이 갖지 않도록 여지의 수준을 조절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과제의 분리, 곧 바운더리 설정이다.
상대가 겪는 어려움이 내가 도와주는 것이 맞나.. 상대가 감당하도록 놔두어야 맞나.. 는 것을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흔히 '네 인생 네가 살아야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라고 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매정한 말로 들릴 수 있으나 상대도 건강한 한 명의 기능하는 인간으로 서기 위해 필수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굳이 내가 하려는 오만을 내려놓는 용기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나에게도 위험하고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서로에게 아픔만 남기고 말 가능성이 높다.
상담이나 코칭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아픔에 지나치게 동일시가 돼서 너무 아파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분명 상대방 때문에 너무나 힘든데 상대방이 너무 안쓰러워 거리를 두지 못한다. 배신같이 느껴질까 봐.. 버림받았다고 느껴질까 봐.. 그러나 사람에겐 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나이가 들수록 아이와의 거리를 두라는 말을 한다.
아이에게도 그만큼 자립심이 생기는 것이고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배워가고 성장하고 유능감을 느끼고 더 큰 과제를 시도해 볼 자신감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정 많은(?) 한국사회는 아이들을 너무 오랫동안 너무 가까이 두고 도와주어야 좋은 부모라는 오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까이에서 아이를 밀착 방어하고 밀착 훈련을 시켜 남보다 나은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모의 지나친 부담감과 대리만족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거다. 이제는 남보다 더 높아지고 더 잘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아이만이 갖는 독특한 역할과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의 인생 아이가 스스로 개척하고 획득할 수 있는 길을 허락해 주면 좋겠다.
세상을 알게 해 준다는 명목하에 부모에게 있는 두려움과 불안을 아이에게 떠넘기지 말고 아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약간의 돋움터가 되어주는 정도에게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실패해도 내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아이로. 이런 건강한 생각을 하고 먼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내가 먼저 가지고 실천할 때 세상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철학자가 바로 아들러다. 바로 나부터 시작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