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코칭 이야기_부부 및 커플 관계>
결혼해서 처음 서로 갈등이 생기고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 난 어떻게든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늘 등지고 한참을 외면하고 있다가 자기 마음이 풀리고 나서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남편이 외면하고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되돌아와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나는 마음이 상한 일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없이 지나가는 그 상황이 너무 답답하기만 했었다.
남편의 이러한 행동은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나 건들지 마!'라고 경고하는 듯 보였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풀고 싶었던 나는 그런 모습이 거절감으로만 느껴졌다. 남편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남편은 내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끼는 것 같았고, 나는 남편이 나를 거절하고 버린다고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편은 두려움과 무례함, 나는 거절감과 두려움, 불안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처럼 우린 자신의 성향에 따라, 살아온 환경의 경험에 따라 관계에서 주로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바라는 바가 달랐다.
상담이나 코칭을 하다 보면 커플이나 부부간에 이러한 관계의 문제로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조금 철없이 굴어도 늘 조용히 받아주던 어느 날 남자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내며 가버렸다고 하시는 분들, 자주 싸우긴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왔는데 어느 날 한 번의 사건으로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는 분들, 사례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갈등 상황에서 서로 대처하는 방법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문제가 생기면 늘 문제에 직면해서 풀어가기보다 회피하고 외면하는 분들이 있고, 어떻게든 상황을 따져서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분들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회피형이다 불안형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 그 사람이 회피하는 동기나 양상이 다르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자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사람도 동기나 양상이 다르기에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피하든 다가서든 다들 안고 있는 감정은 불안이나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갈등 자체로 인해 느껴야 할 감정 자체가 불편하고 불안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갈등 상황으로 인해 앞으로 생길 관계 왜곡이나 단절이 두렵기도 하다. 그 두려움에 마주할 용기가 있느냐가 이러한 양상에서 변화를 얼마나 수월히 이루어낼 수 있느냐를 좌우한다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위의 두 가지 경우만 예를 들어 풀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갈등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 자체가 불편, 불안하거나 화가 나는 경우는 정서적 민감성이 커서일 수도 있으나 이전 경험에서 갈등 상황시 겪은 감정의 무게가 너무 커서 지금도 여전히 동일한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그 감정이 그 상황에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 감정은 예전 감정이지 지금의 상황과 동일한 것이 아님을, 풀어낼 방법이 있음을 생각하며 피하기보다 풀어낼 방법을 찾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 번째 경우는, 갈등 상황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파국적인 상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인데, 상대에 대한 의존이 클수록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기에 당장 이 갈등상황을 풀어내고 싶은 거다. 이 또한 격해진 감정을 잠시 가라앉히고 파국적인 생각이 과연 적응적인지 생각해 보고 서로 문제를 풀어낼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불편한 감정을 견뎌내는 연습이 필요한 거다.
결국, 두 가지 경우 모두 불편한 감정,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린 늘 일상에서 다양한 불편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건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다기보다 인간의 삶에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우린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만들어낸 누군가를 탓하거나 자신을 비난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감정은 좋고 나쁨이 없다는 거다.
감정은 내 안의 욕구의 충족 또는 좌절에 대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좋은 감정은 누리면 되고, 안 좋은 감정은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찾아보고 그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인정 및 결정, 대안을 찾으면 된다.
우리 부부는 20년을 넘게 살면서 이러한 모든 과정을 겪어온 것 같다. 서로의 다름을 알아갔다. 서로의 느낌이나 해석도 다름을 알아갔다. 지금은 상대의 말을 내 관점의 안경으로 보기보다 상대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설사 서운한 말을 하더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음을 인정하고 서운한 마음을 편하게 표현한다. 그러면 서로 쉽게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정말 나쁜 마음을 품거나 내면의 취약성이 심각한 사람이 아닌 이상, 서로 자란 배경이 너무 다르고, 해석하는 관점이나 방법도 너무 다르고, 표현하는 방법도 너무 서툴러서 본의 아니게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부부든 커플이든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신뢰로 관계를 유지하고 더 깊게 만들어갈 수 있다. 신뢰는 '그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지'라는 것을 공감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알아가는 작업, 나를 알리는 작업이 적극적으로 같이 이뤄질 때 부부는 그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더 친밀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관계에서 겪는 아픔이 가장 크다는 건 관계가 그만큼 관계를 원한다는 의미일 거다. 관계에 대한 욕구 좌절.
관계에서 겪는 아픔이 크다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혼술, 혼밥, 혼쇼,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려의 차원은 좋지만, 관계의 불편함 때문에 피하려고 만드는 혼문화가 안타깝다.
상담이나 코칭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혼자인 기쁨도, 함께 하는 기쁨도 기꺼이 누릴 줄 아는 문화로 바뀌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