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코칭이야기-부부상담>
"평생 내편이 생긴 것 같아서.."
부부상담을 하던 남편의 표현이다.
그 말이 내 안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마치 내가 하고 있는 말인 것처럼..
지금 내 핸드폰에 남편은 "영원한 내편"이라는 이름으로 저장이 되어 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쌓이기 시작한 서운함은 10년을 넘게 갔고 그런 남편이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내 안에 서운함은 더욱 쌓여 낙심이 커짐을 느꼈다. 그래서 그냥 이 사람은 내 편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결정하고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남편의 핸드폰 이름을 "남~편~"으로 했었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서운함도 없을 테니..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나도 무언가 하고 싶었고, 오랫동안 영아부 엄마들을 많이 만나면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구에서 하는 부모교육강사 양성과정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강의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인데 이렇게 남편과의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이 맞나 싶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적절한 거리는 필요하지만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그 거리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되면 나이 늙어 둘만 있으면 이 사람에게 그렇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싶었다.
몇 주에 걸친 강의들을 들으며 나 나름대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 어쩌겠어. 그래도 평생 같이 살 사람인데. 서운할 때도 많지만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맞는데. 어쩌면 내가 마음먹기 아닐까. 좀 더 나도 요구하며 관계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 건 아닐까..'라는 마음이 들면서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다.
핸드폰을 꺼내 남편의 이름을 "영원한 내편"이라고 바꾸었다.
넌 나의 영원한 내편이라는 '확신'보다는 넌 나의 영원한 내편이라는 것을 믿어!라는 '신뢰'였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서운한 행동 자체보다 그 마음을 믿기로 결정했고, 관계에 맞게 '요구'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처음 결혼을 결심할 때 드디어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사람만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우리 부모님이 가장 싫어하는 내 삶의 모습도 이 사람은 참 귀하게 여겨주었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음을 나는 안다.
그러나 귀한 사람을 대하는 행동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상대방의 존중의 태도가 마치 개와 고양이의 꼬리 드는 행동의 의미가 서로 다르 듯 다르다 보니 서로의 행동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굳이 말해야 아나.. 알아서 마음을 헤아리고 행동해야지.. 와 같은 사고방식이 익숙해진 문화에서 내가 서운하다거나 속상하다는 말을 겉으로 내뱉고 일일이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설명하는 입장 모두 그런 모습이 참 유치하고 모자라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나 또한 남편과 그랬던 것 같고, 상대의 행동이 별 것이 아니어도 본인의 마음에 그 행동과 관련된 상처가 있거나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현재 사람에게 그 모습이 오버랩이 되어 애꿎은 구박과 갈등이 벌어지기 쉬웠던 것 같다.
어찌하든 문화적 한계와 개인의 편견과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수없이 생기는 오해와 불화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지속되기 어려웠고, 그 신뢰의 마음이 이후 넘어가야 할 많은 산들을 넘어 지금에 이를 수 있게 해 준 힘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 뭔지도 알 수 있어서 이왕이면 그 상황을 만들지 않고 화가 나도 예전처럼 크게 내지도 않으며 났던 화도 흘려보내는 것이 한층 수월해졌다.
신혼 땐 오히려 서로 자기가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내 감정이나 반응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아도 그것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뒤돌아보면 에너지가 많고 아직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 자신의 기준을 조절하는 능력이 많이 충분하지 않은 때이기에 더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너무 성급하게 실망하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은 더 믿고 기다려주고, 알려고 노력하고, 나의 욕구도 이야기하면서-물론 비난이나 판단이 아닌 건강한 소통을 전제로-서로가 조금씩 더 맞춰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20~30년을 넘게 살았던 두 사람이 부부라는 특별한 연을 맺어 사는 것이 그 어떤 것이 줄 수 없는 연대감과 소속감,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다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이 있다. 그 갈등이 있는 것을 문제 삼기보다 갈등이 있을 수 있는 것임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나와 너무 다른 상대를 품을 수 있는 생각, 감정을 넓혀가는 과정을 걸어가는 인내의 걸음을 걸어가는 것이 부부가 아닐까 싶다.
내가 만난 부부 또한 서로가 너무 사랑하고 소중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자기의 방식대로 밀어붙이는 면이 있었는데, 사랑하기에 갈등으로 서로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고 맞춰가기로 기꺼이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담을 통해 둘이서 하지 못했던 서로의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 고마움과 미안함이 커지며 서로를 더 보듬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부라는 특별한 관계, 이 관계의 건강한 형성을 돕고 싶다.
부부 관계의 건강한 형성을 통해 안정감과 소속감, 삶의 의미를 갖게 하는 가정이 건강하게 세워지기를 마음깊이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다음은 부부의 관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와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 상대방을 적이 아닌 나의 영원한 우군임을 신뢰하기
- 상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추측하여 오해하지 말고 행동의 의미를 직접 묻고 확인하기
- 상대의 다름을 나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내 품을 넓히기)
- 고칠 것이 있다면, 존재와 행동에 대해 분리하여 존재는 수용하고, 수정할 구체적인 행동을 합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