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코칭 이야기-권력이양>
"나의 영원한 부장님!"
2025년까지 함께 했던 한 선생님이 보낸 카톡의 시작 문구였다.
이 문구가 내 마음에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나와 함께 했던 사람이 나로 인해 좋은 영향력을 받았다는 것, 무엇보다 그의 내면에 깊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는 점이 감사했다.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이 살아나고 세워진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지.. 그 역할을 함께 해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감사했다.
지난 20년간 교회 주일학교에서 교사를 했고 그중 9년을 부장교사로 있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시작했던 영아부 교사. 처음으로 영아부가 시작되던 시기라 다들 1~2살 아기들을 무릎에 눕히고 앉히고 교사를 했었다. 육아가 힘들지만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서로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보며 함께 봉사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보람이 있었기에 힘들어도 계속할 수 있었다. 오히려 힘든 육아 중에서 그 시간은 큰 힐링이고 위로였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은 사람에게 살 이유를 제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지난 20년을 함께 했던 교사와 교회를 떠났다.
참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만큼 떠나는 마음이 쉽지는 않았다. 나를 떠나보내는 교사들도 많이 아쉽고 슬퍼했지만 든든히 세워져 갈 사람들임을 알기에 흐뭇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1년 이상 내가 교회를 떠나야 하는 이유와 나를 이어 누가 부장으로 서는 것이 좋을지 함께 나누고 논의하며 준비했기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사들은 나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 마음의 준비라 함은 이젠 그들도 자신이 리더로 세워질 자질과 역량이 충분함을 인식하고 각자의 자질에 맞는 리더로 세워져 갈 준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아이가 자라 어른으로 독립할 때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힘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편안하게 의지했던 존재로부터 독립하여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 가기 위해 부모의 가르침과 인정, 지지가 필요한 것처럼 나도 부장으로서 우리 교사들에게 그걸 하고자 부단히 애를 썼던 것 같다. 사회생활이었으면 다들 회사에서 부장으로 서 있을 만한 나이와 연륜을 가진 사람들인데 가정에서 아이들을 주로 키우다 보니 자신감도 하락하고 유능감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너무나 많은 것이 늘 안타까웠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느라 가정에 머물고 있지만 원래 이들이 가진 역량은 그 어떤 것을 해도 부족함이 없을만한 마음의 토양이 되어 있고 육아를 하며 길러진 인내와 대처능력과 간절함은 이들이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폭발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움직여야 할 때에 교사들 또한 대신 내 자리에 서도 부족함이 없는 시기라는 것이 참 감사했다. 그리고 나의 부재가 오히려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음이 감사하다. 본인에게 맡겨진 그 역할들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테스트하고 키워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새로운 도전 속에서 처음은 삐그덕거릴지라도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도전의 경험이 이후에 이들이 가정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갈 때 덜 두려워하고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새로운 도전은 이들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해당된다.
정들고 편안했던 곳을 떠나는 건 큰 모험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설렘을 넘어 두려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도 명확하지 않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을 도전하는 것은 꼭 해내리라는 다짐도 있지만, 되지 않아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올해 나는 교회도 새로운 곳으로, 일도 새로운 일을, 직장도 새로운 곳으로 옮기게 된다.
직장도 아직 명확하지 않음에도 내가 두렵지 않은 건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것, 어떤 모양이든 내 삶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나의 가치에 맞게 조금씩 걸어가기에 실패하더라도 계속 걸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해, 새로운 도전을 앞둔 우리 모두의 삶에 실패가 끝이 아니라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나만의 길, 그 여정을 통해 성장하고 준비될 것임을 인식하고 희망과 기대로 나아가는 한해의 시작이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