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네 유년시절이 대체로 행복하기를
나는 생계형 워킹맘입니다 6
워킹맘에게 흔히들 하는 위로로 '육아는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있다. 뭐, 아직 초보엄마라서 딱히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긴 그렇지만 지금까지 육아를 해본 결과, 그리고 내가 어릴적 자라온 경험과 주변을 통틀어 생각해 보면 저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하긴 육아는 원래 정답이란게 없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 수만큼 정답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워킹맘이기 때문에 전업맘에 비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양이 적을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저런 말을 들으면 마음은 편해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도 어린 시절 엄마가 옆에 오래 있어주는 게 좋았고 늘 바빴던 엄마는 그걸 충분히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셨다. 그냥 막연하게 드는 생각으로 양과 질이 모두 좋으면 가장 좋은데, 질이 아주 형편없다면 양만 많아봐야 별 소용도 없을 거고 그보다는 질이라도 좋은 게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정도다. 하지만 평균적인 상황에서는 역시 양이라도 많은 게 아이한테는 좋을거고, 특히 만 3세이전 영유아에게는 어느 정도의 질만 갖춰진다면 엄마 혹은 아빠가 오래 곁에 있어주는게 이왕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 부부도 그런 생각에서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육아휴직을 최대한 오래 내 2년간 가정보육을 했다.
조금 합리화를 해보자면 내 주변 기준으로 외벌이든, 맞벌이든 상관 없이 늦어도 18개월 전후에는 기관을 보내는 것 같다. 외벌이라도 둘째가 어리거나 하면 종일반을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어 맞벌이라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은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많이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주말이나 퇴근 후 약속은 되도록 잡지 않는다. 덕분에 친구, 지인 만남도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나 역시 운동도 하고 싶고 취미로 배우고 싶은 것도 많지만, 때론 이런 생활이 한없이 답답하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어차피 아이는 금새 자라기 마련이고, 내 품을 떠나면 그땐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걸 알기에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1. 주말 중 최소 하루는 바깥놀이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다소 늦다는 걸 알고 나서는 주말과 퇴근후를 활용해 다양한 곳으로 체험을 다니고 있다. 그나마 남편이 휴직 중일 땐 나만 시간을 내면 됐는데, 둘 다 복직하고 나니 주중은 내가 일하느라 어렵고 주말 중 하루는 대부분 남편이 당직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결국 일주일 중 하루만 오롯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하루는 정말 몸이 아픈 게 아닌 이상은 되도록 가까운 곳으로라도 나들이를 간다.
봄엔 꽃구경을 하거나 숲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여름엔 계곡이나 바다, 수영장을 찾아서 시원한 물놀이를 하고, 가을엔 낙엽을 주으며 놀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고 논다. 부부 중 한명만 아이와 놀 때는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적은 키즈카페나 집근처 공원이라도 꼭 나간다. 실제로 아이는 집콕을 할 때보다 정기적으로 외출을 시작하면서 여러모로 발달이 많이 좋아졌다.
2. 집에 있는 날은 다양한 '엄마표 놀이' 도전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차이의 놀이' 어플, 혹은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아이의 오감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들을 찾을 수 있다. 돌쟁이 때는 아예 놀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재료들을 입에 집어넣기 바빴는데 두돌이 지나니 제법 놀이다운 놀이가 가능할 정도로 많이 자랐다. 이렇게 다양한 질감의 재료, 도구들을 접하는 놀이는 낯선 것에 경계가 많은 기질의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재료도 없고 시간도 없고 집도 어지르기 싫을 땐 몸놀이를 한다. 얼마 전에 읽은 신간 <느리고 서툰 아이 몸놀이가 정답이다>에서 몸놀림과 언어가 느린 아이 등에게 신체기능을 다양하게 쓸 수 있으면서 주양육자와의 애착을 늘릴 수 있는 몸놀이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퇴근 후 몇십 분이라도 쉽게 할 수 있고 내 입장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운동도 돼서 여러모로 좋다.
어린시절 책벌레였던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달고 살았는데, 아이도 그런 나를 닮았는지 걸음마도 하기 전부터 책을 들고 와서 주구장창 읽어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독서광이었던 내 경험이 썩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 같진 않아서 요즘 유행하는 '책육아'는 딱히 시도하지 않고, 다만 책을 좋아하는 아기가 심심할 때마다 읽을 수 있게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 단행본이나 전집 약간을 비치했을 뿐이다. 독서는 너무 과해도 너무 부족해도 좋지 않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특히나 우리 아기는 대근육 발달도 늦은 편이라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성심성의껏 읽어주지만 취침시간이 지나면 재우고, 지나치게 오래 읽었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몸이나 다른 감각을 쓸 수 있는 놀이로 전환하려고 한다.
3. 다양한 육아서적 읽기
임신때 육아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실천하려고 집착(?)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육아서가 무조건적인 진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이 너무 천차만별이라 육아에 일정한 정답을 적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서를 읽는 이유는 힘들고 지치는 육아, 자칫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한없이 타협해버리고 싶을 때 초심을 다지기에 좋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하니까 좀 대충 해도 돼, '오늘 회사일이 힘들었으니 영상 좀 보여줄까' 싶다가도 제동을 걸어주는 효과가 있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조심스러워진다. 자칫 '이렇게 하면 부족한 애착의 양을 질로 다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전업맘과 워킹맘의 '갈라치기'를 하려는 글로 읽힐까봐서다. '저 정도는 전업 엄마들도 다 하는 건데, 아니 그 이상으로 하고 있는데 뭐가 특별하다고?'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또래의 요즘 엄마들 치고, 육아서처럼 완벽하게 정서적, 신체적, 발달적, 교육적 면 모두을 케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엄마는 드물 정도다. 오히려 내가 전업맘이었다면, 더 오랜 시간 체력과 집중력을 다해서 아이의 발달과 건강을 신경써줄 수 있어 질적인 면에서도 나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갈망하며 아쉬워하느니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엄마이지만, 그리고 내 아이도 사람이기에 모든 날이 100% 완전한 행복으로만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내 아이가 유년기를 떠올릴 때 '대체로 행복했다'고 떠올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