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갓생’ 트렌드 중 ‘무지출 챌린지’가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단 1원도 소비하지 않고 일상을 사는 것이다. 언뜻 보면 하루 정도는 쉬울 것 같아서 막상 해 보면 쉽지 않다. 나는 정말 고된 취업준비생 시절, 그리고 월급 100만원대 초반으로 자취를 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본의 아니게’ 무지출 챌린지를 많이 했던 만큼 그 난이도를 대략 알고 있다. 심지어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안 하는 것과 정말 돈이 한 푼도 없어서 강제로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것은 심적 부담 자체도 다르다.
무지출 챌린지를 위해서는 일단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따위는 포기해야 한다. 하다못해 메가커피도 안된다. 대신 얼른 출근해서 탕비실에서 믹스커피나 카누를 타 먹어야 한다(회사에 커피 머신이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점심도 내 돈 주고 사먹으면 안되니 부장님이 법카로 사는 백반을 먹자. 당연히 내 돈 아니니까 메뉴 선택권 따윈 없다. 일주일 째 똑같은 걸 먹고 있어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여도 참아라. 밥을 먹고 나니 또 단 게 땡기지만 꾹 참아야 한다. 그냥 식당 카운터에 있는 박하사탕이나 먹어라. 열심히 일을 하다가 친구에게 카톡이 온다. “오늘 퇴근하고 시간됨? 저녁 같이 먹을래?” 그러면서 맛있어 보이는 식당 링크를 하나 보내준다. 급 군침이 돌지만...나는 무지출 챌린지 중이니까 단호하게 친구의 제안을 거절한다. 만원버스에 낑겨서 퇴근을 한다. 벌써 날이 꽤 쌀쌀해져서 겨울옷이 하나 필요한데 마침 포털 사이트에서 세일중인 옷이 눈길을 끈다. 딱 내가 찾던 그 옷인데...하지만 나는 무지출 챌린지 중이니까 참는다. 작년에 입던거 또 입으면 된다. 집에 오니 너무 피곤해서 손 하나 꼼짝하기 싫다. 배민으로 뜨끈한 마라탕 하나 시켜 먹으면서 넷플릭스나 보면 너무 좋겠다. 하지만 아직 무지출 챌린지 안 끝났다. 찬장에 남아있던 라면이나 끓여서 호로록 먹는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오늘 하루 종일 ‘꾹 참음’으로서 모은 돈은? 아마 최소 몇 만원에서 최대 몇 십 만원 정도에 이를지도 모른다. 물론, 주머니 가벼운 사회 초년생이나 서민 입장에서 과도한 지출을 통제하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은 시드를 모아야 투자도 하고 뭔가 미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아니 최대 일주일 정도는 이렇게 모든 욕망의 구멍을 꾹꾹 누르기만 하면서 살아도 큰 타격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2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 약간의 돈은 더 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잃는 것도 적지 않을 듯하다. 물론 당신이 소비에서 그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라면 모르겠다. 사실 나도 물욕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어서, 오마카세니 호캉스니 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해도 그리 조바심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식후 1000원짜리 저가 커피하나 사 마시지 못하는 삶이라면? 단지 ‘효율’만을 위해 움직이는 인간은 머지않아 번아웃이라는 불청객을 맞게 된다. 사람은 인공지능이 아니며 일정한 수고에는 반드시 일정한 보상이 따라야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특히 급여가 적을 수밖에 없는 사회 초년생이라면 더욱 이는 지속이 어렵다. 오히려 수입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라면, 약간의 인내로도 많은 자산을 형성할 수 있어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애초에 수입이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서 욕구마저 틀어막는다면, 들이는 수고 대비 자산 형성 속도도 너무 느릴뿐더러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병원비 지출 등)으로 목돈이 나가면 그나마 모은 돈이 모두 사라져 더 크게 절망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모두 내가 겪어봐서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인내’뿐인 삶은 우리를 빨리 지치게 한다. 목표한 것을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앞서 ‘좋은 기분’의 중요성을 여러 번 얘기했다. 물론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반드시 돈을 쓸 필요는 없다. 이전 글에 썼던 감사하기는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를 위한 모든 소비를 완전히 죄악으로 치부하면서 모든 욕구를 틀어막기만 하는 건 자칫 ‘긴 레이스’가 되기 쉬운, 목표로 향하는 길에 빠른 번아웃을 재촉하는 길일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아침 출근 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일상의 큰 낙이라면, 굳이 커피를 끊지 않아도 된다. 커피향이 당신의 잠을 깨우고 일과시간 내내 최고의 효율로 일을 하게 만드는 도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피값을 모아서 만드는 몇십만원의 목돈과 커피 마시고 열심히 일해서 연봉을 올리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자산형성에 빠르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퇴근 후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걸 먹어도 된다. 그 친구가 당신에게 좋은 일자리나, 평생의 반려자를 소개시켜 줄 수도 있다. 물론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그날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당연히 지나치게 잦은 술자리는 건강을 해치고 지갑을 얇게 만들겠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다.
당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대신 몸에 걸치는 것이나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그리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길 BGM 선정에 공을 들이고 음식에는 비교적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대신 옷은 꼭 필요할 때만 저렴한 것으로 사고 인간관계도 결혼 후에는 많이 줄었으며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려고 한다. 각자 본인이 우선시하고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는 쪽에 투자하면 된다. 대신 나에게 그리 큰 행복을 주지도 않지만 ‘왠지 있어 보여서’, ‘남들이 다 하니까’ 라는 느낌에 꾸역꾸역 돈과 시간을 들이는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끊거나 줄이는 게 좋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써 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는 시간, 좋아하는 음료,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 16가지 MBTI가 말해주지 않는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일 것이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이들을 나에게 허락해주자. 그렇게 훨씬 좋아진 기분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향해 걸어갈 힘을 충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