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쉽지만은 않았던 외벌이 가장의 길
육아만 힘든 건 아니었구나
1년 넘게 육아휴직을 내고 온종일 돌전 아기와 집에 갇혀 지낸 시간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우울증에 걸려 난생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혼자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아기의 손발이 되어주는 건 온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조차 쉽지 않아 정신과 육체의 건강이 심하게 위협받았다.
직장생활이 녹록지 않았지만, 처음 복직을 했을 때는 그래도 '육아보단 낫겠지'라는 마음이 안 든 건 아니었다.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복직원을 제출하러 모처럼 오피스룩을 차려 입고 회사에 갔는데, 오랜만에 '어른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며 사람처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무척 홀가분했다. 출산을 하기 전에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그것조차 휴식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 복직 초기에는 직장에 나와 있는 게 오히려 쉬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적어도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일상적인 행동을 방해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뭔가를 읽고 있어도 누군가가 울부짖지 않으니까. 아이에 대한 것도, 일단 집에서 남편이 직접 아이를 보고 있으니 남의 손에 맡긴 것보단 심리적으로도 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차 출근하는 삶이 익숙해지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애환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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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회사로서는 큰 마음을 먹고 1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육아휴직을 내게 줬으니, 복귀한 후에는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휴직전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터라 새롭게 적응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게다가 출산 전과는 달리 이제는 더 이상 퇴근 후가 '퇴근'이 아닌 새로운 업무의 시작이었다. 직장과 육아라는 두 가지 직장에서 투잡을 뛰고 있는 형국이었다. 워킹맘에게 휴식 시간이란 아이가 잠든 뒤 머리맡에서 잠시 휴대폰을 보다 잠드는 것밖엔 허락되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올라올 땐 남편에게 힘든 티를 내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내가 얼른 복직할 테니 집에서 쉬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로 그럴 수는 없었다. 전세값은 미친듯이 치솟고 분양받은 아파트의 대출을 갚는 것도 까마득했다. 양가 모두 형편이 어려운 탓에 누구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들 아이의 교육비와 양가 부모님의 노후비용 일부까지 감안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남편에게 외벌이의 무게를 무작정 바톤 터치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세상에 완전히 쉬운 일이란 없다는 걸. 육아만 할 때는 세상에서 육아가 제일 힘든 것처럼 느껴졌는데(물론 전혀 아니라곤 지금도 부정할 수 없다), 일도 해 보니 이 쪽도 만만치가 않았다. 물론 육체적인 고통은 육아가 압도적이었지만 적어도 이 쪽은 (SNS를 하며 다른 엄마들과 스스로를 비교하지 않는 한)남들과 실시간으로 비교가 되거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거나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육아 중에도 그 점은 확실히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이래서 다들 불로소득을 꿈꾸는 건가? 하지만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아이를 낳아 기르고 밭을 가는 카르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육아를 하는 많은 부부들이 일과 육아·가사를 두고 '누가 더 힘든지' 서로 공감하지 못해 싸우는 경우를 자주 봤다. 대부분의 가정은 아내 쪽이 육아 가사를 주로 하고, 남편은 바깥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남편이 퇴근하면 육아와 가사를 분담해 달라는 아내에게 남편이 "종일 밖에서 시달렸는데 나도 좀 쉬자"고 하면, 아내 쪽에서는 "나는 종일 애한테 시달리느라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는데 당신은 그래도 출근하면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한숨 돌리기도 하잖아"라는 식으로 맞서고, 그렇게 싸움이 벌어지는 패턴이다.
우리 부부 역시 (성별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패턴으로 말싸움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었다. 웃기는 건 우리는 각각 육아/직장일을 번갈아 해 봤는데도 그런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당장 자기가 겪고 있는 시련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싸움이 아주 크게 번지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육아든 직장일이든 무엇 하나 완전히 편한 것은 없다는 걸 서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