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엄마 외벌이' 체제의 단점(?)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고 집에서 전업주부 생활을 자처했다고 하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우와, 남편이 그렇게 가정적이면 싸울 일이 없겠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우리 부부는 남편 휴직 후 오히려 말다툼이 잦아졌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우리 부부는 서로 집안일을 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야간근무를 하고 온 남편이 푹 쉬었음 해서 먼저 집안일을 해 두면, 남편은 힘쓰는 일은 자기가 하겠다며 나머지 일을 알아서 다 해놨다. 남들은 서로 집안일 안 하려고 해서 싸운다는데 우리는 서로 앞다투어 하겠다니 아이가 태어나도 가사나 육아 땜에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한 사람이 가사일을 도맡아 한다 해도 다른 사람은 아이를 보고 있어야 했다. 한마디로 '유휴 인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하지만 이때는 우리 부부도 쓰러져 자기에 바빴다) 사실상 쉬는 시간이 0에 가까우니 사소한 일로도 미친듯이 짜증이 났다.
원래 아이가 어릴 때 부부는 육아라는 난생 처음 겪는 극한 경험을 하며 싸움이 잦아지고, 심할 경우 사이가 벌어져서 중년기까지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나 역시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자주 봤다. 오죽하면 아이가 없는 부부일수록 사이가 좋다는 말도 있겠는지. '사이 좋은 부부에게 아이가 안 생긴다'는 속설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육아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가 안 벌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육아와 가사를 2명의 성인이 온전히 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둘 중의 한 명은 밖에 나가서 돈도 벌어와야 하니까. 남편이 휴직하고 나선 아이도 돌이 지났기 때문에 시판 유아식을 먹이고 식기세척기도 들이고 청소도 적당히(?)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휴식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았다. 너무 힘들 땐 부부가 서로 돌아가며 잠깐씩 방에 들어가 눈을 붙이고 나오기도 한다.
싸움의 또다른 이유는 우리 부부의 성향 차이였다. 디테일을 중시하고 꼼꼼한 남편과 달리, 나는 일단 눈에 보이는 큰 일부터 대충 처리하고 세세한 건 적당히 하는 편이다. 게다가 '큰 일'의 기준부터가 우린 서로 달랐다. 쉴새없이 몸을 움직이는 부지런한 남편과 달리 퇴근하고 나면 꼼짝도 하기 싫은 내 모습은 흡사 '드러누워 아이를 눈으로만 보다가 아내한테 잔소리를 듣는' 남편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반면 내 입장에서는 맨날 집이 더럽다며 불평하지만 수시로 불필요한 물건을 사들이는 남편이 못마땅했다.
그럼에도 아이 앞에서 심한 싸움은 하면 안 되었기에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에는 서로 꾹꾹 참았다. 아이가 불안해할까봐 심난한 마음은 뒤로 한 채 웃는 얼굴을 장착하고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 줬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대화로 잘 합의가 되면 다행이지만 가끔은 울고불고 하소연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의 다툼이 '칼로 물 베기' 수준에서 봉합이 된 이유는 신혼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기본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싸우던 와중에도 남편은 내가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있을까봐 먼저 자라고 하고, 나는 육아에 지쳐있을 남편에게 얼른 들어가서 쉬면 내가 나머지를 하겠다고 우겼다.
아이가 자라고 육아의 고됨이 점차 감소하면서 우리 부부가 싸울 일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남편은 아기가 밤에 자주 깨던 휴직 초기에 비해, 통잠을 자기 시작한 시기부터 눈에 띄게 혈색이 좋아지고 짜증을 내는 빈도수가 줄었다. 마치 신생아를 돌보던 내가 육아우울증에 걸려 툭하면 울고 짜증을 내며 남편을 괴롭혔던 모습과 비슷했다. 로맨틱한 연애 감정으로 서로를 아꼈던 우리 부부가 이제는 같은 고난을 거치며 전우애라는 모습으로 더 단단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