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양가 인사->상견례->예식장 계약->스드메 계약->한복 예물예단 혼수 등 계약->웨딩촬영->신혼집 계약->결혼식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결혼 준비 코스와 달리 우리는 상견례 전 미리 식장을 계약했다.
표면적 이유는 양가 부모님이 바빠서였고, 실제 이유는 애초에 양가 지원 없이 결혼하는 처지라 딱히 상견례에서 부모님들이 만나 뭘 결정할 필요가 없었던데다 우리 가족의 불화가 심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오랜 히키코모리 생활로 가족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 나의 동생 때문도 있었다.
남다른 가정사정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은근히 남자친구의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이런 처가가 싫다면 지금이라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상관하지 않는 쿨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지금도 친정에 크고작은 이벤트가 생기곤 했지만 남편은 누구보다 처가에 잘 하는 '효자 사위'노릇을 하고 있다. 오히려 며느리인 내가 시댁에 하는 것 이상의 효도를 해 장모님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다.
어쨌든 조금은 '비일반적인' 결혼을 준비하는 탓에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결혼준비가 혼란스럽고, 부모님 사랑을 못 받아 서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난 원래 자유로운 게 좋고 남의 눈치를 보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그러한 상황이 영 싫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허락을 받아야 할 사람은 오로지 우리 당사자 서로일 뿐이었다.
출처: 픽사베이
부모님의 주문은 단 하나였다. 양가 위치의 중간 지점에서 하자고. 경기도의 양끝에 위치하는 양가를 고려해 식장은 서울의 중심지에서 하기로 잠정적 합의를 봤다. 딱히 '무속신앙'을 믿는 분도 없어서 날짜를 받을 것도 없었다.
식장 말고..또 뭐를 준비해야 하지, 스드메를 하고 예물을 하고 예복도 맞추고.....
결혼준비를 알아보니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기만 했다.
솔직히 우리 집안의 형편이나 우리의 성향상 이 많은 것들을 모두 다 해야 할 것 같지도 않은데 혼란이 가중됐다.
다행히 주변에는 먼저 결혼을 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웨딩 박람회부터 돌아보라는 조언이 나왔다. 일단 가 보면 대충 감이 잡힐 거라고. 가면 이것저것 사은품도 많이 주는데 쏠쏠하다고 했다.
그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검색왕' 남자친구는 몇 개의 웨딩박람회 일정을 찾아냈다.
처음 찾아간 웨딩박람회는 '박람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한 카드회사 사옥 내에 조그맣게 부스 몇 개를 차려놓고 하는 행사였다.
게다가 호객행위는 어찌나 살벌한지, 발을 들이자마자 여기저기서 호객꾼들이 구경할 틈조차 주질 않았다.
힘겹게 뿌리치고 얼마 뒤 다른 비슷한 웨딩박람회를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웨딩박람회라는데 뜬금없이 자산관리 상담을 받으라고 하지 않나, 화장품을 파는 이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