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를 땐 웨딩박람회부터

대규모 웨딩페어에서 '한큐에' 예식장과 스드메를 계약하다

by 뚜벅초

그렇게 얼떨결에 돌았던 소규모 웨딩페어는 사실 카드회사 등의 '판촉행사'에 가까웠고, 많은 예비부부들이 들르는 곳은 대규모 박람회장 같은 곳에서 크게 열리는 행사라는 걸 알게 됐다.

폭풍 검색을 통해 일년에 몇 번 간격으로 열리는 웨딩박람회가 조만간 강남의 모처에서 열린다는 걸 알게 됐고 신랑이 될 남자친구와 나는 바로 가보기로 했다.

방문에 앞서 '무엇을 하고 무엇은 안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박람회에 무턱대고 가면 오만가지를 다 해야만 하고, 안 하면 인생에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에 후회만이 남을 것 같고 지금이 아니면 평생 이런 기회는 없을 것 같고 시댁에 미움사고 처가에 눈총살 것 같은 상술 멘트들이 무지한 예비부부를 마구 협박한다.

사실 이건 임신출산과 2년간의 육아를 거친 현 시점에서 보기에 일련의 코스는 내내 똑같이 이뤄진다. 이걸 안 하면 아이가 발달이 늦어지고 사회성이 나빠지고 병에 걸리고 인생이 망할 것 같은 각종 걱정어린 협박들...

아무튼, 그간의 박람회 방문 경험과 주변의 조언과 우리의 평소 가치관과 예산이 허락하는 상황을 두루 고려해 우리는 몇 가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꼭 해야 할 것, 할 수도 있는 것, 하지 말 것 등을 정리했다.

그렇게 하니 대체로 결혼 준비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박람회에 도착했다. 지금껏 다녀본 소규모의 웨딩행사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규모에 사람도 많았다. 대번 이번엔 제대로 찾아왔단 확신이 들었다.

어리버리하고 있는 우리에게 직원이 냅다 달려오더니 '플래너를 배정받으셔야 한다'고 했다.

당장 플래너를 결정할 건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계약이 아니고 그냥 상담이라고 하니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플래너는 친절하고 능숙한 솜씨로 우리에게 원하는 스드메의 가격대를 물었다. 아직 예식장도 안 정해서 웬지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단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평소 생각해왔던 대로 '스튜디오와 드레스는 저렴한 곳으로, 헤어 메이크업은 고가라도 좋으니 퀄리티 있는 곳'을 말했다.


사본 -contract-g60b042d4c_640.jpg 출처: 픽사베이


당시 나는 솔직히 말해 결혼식에서 '빛나'보이고 싶었다. 누가 뭐래도 결혼식의 주인공은 사실 신부라고들 하니까. 평소 지인들 결혼식을 가면 드레스니, 결혼 사진 따위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신부의 외모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많이 이뤄지는 것을 봐 왔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얄팍한 외모 지상주의라고,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행태니 따라서는 안된다고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결혼제도 자체가 구시대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뭐.... 아무튼 딱히 결혼식장에서 사회 운동가가 될 생각도 없었고, 나는 인생의 나름 '정점'에서 멋진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을 뿐이었다.

덕분에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서 10kg 넘는 감량을 해내기도 했고, 평소 가본 적 없는 고가의 메이크업 샵에서 촬영과 본식 두 차례의 메이크업을 받는 호사스러운 경험도 했다.

어쨌거나, 그때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육아와 직장일에 허덕이며 지내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외모 최고치를 만들어 내고 사진을 남긴 것이 영 쓸모 없는 경험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로 추억이었고 젊은 날을 회상할 수 있는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기억이었다.


당시 우리가 계약했던 업체의 플래너는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제법 고가의 메이크업샵을 예약했음에도 전체 계약 금액이 100만원대 초중반에 머무를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가계약금을 낼까 망설여졌지만 수일 내에 취소할 경우 조건없이 계약금을 돌려준다는 말에 일단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은품을 바리바리 들고 집에 와서 웨딩 카페 등을 검색해 보니 그래도 내가 계약한 업체 치고 그 정도의 계약금은 꽤 저렴한 편이었다. 우리는 결국 그 플래너와 결혼식까지 함께했다.


이제 예식장을 정해야 했다. 남자친구의 직장과 연계해 약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식장이 있다길래 상담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할인폭이 크지 않았다. 결국 플래너에게 연락했고 상당히 많은 수의 예식장 후보군을 뽑아 투어를 다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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