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의 단골 데이트코스
보통 결혼준비를 하며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종로와 청담동인 것 같다. 우리 역시 결혼준비를 한참 하던 때 두 동네를 어느 때보다 자주 들렀다.
예산에 여유가 있는 커플들의 경우 백화점을 많이 다녀서 VIP가 되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역시 예산이 빠듯하다보니 결혼준비를 하며 백화점에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종로에서 예물이나 예복을 맞추고 근처 익선동에서 밥을 먹는 건 단골 데이트 코스가 될 정도였다.
우리는 고가의 예물도, 예단도 없이 결혼을 하다 보니 플래너가 예약해 준 드레스 말고 우리가 알아서 맞춰야 할 건 결혼식과 웨딩촬영때 입을 신랑 예복과 결혼반지 뿐이었다.
종로 보석가게들은 사실 연애시절 커플링을 맞추러 들렀던 곳이기도 했다. 요즘은 젊은 커플들이 커플반지를 맞추러 주로 들르는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예비부부들이 가성비 좋고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결혼반지와 예물을 마련하러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프로포즈 '인증샷' 같은 데 나오는 1캐럿 반지야 언감생심이지만, 당시 남편은 3부 다이아 정도를 제안했다. 나도 그 정도를 생각하고 예물집을 갔는데 막상 구경해 보니 3부 다이아도 내겐 너무 크고 화려했다. 평소 장신구를 잘 착용하지 않는데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육아하다보면 도무지 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평상시 실용적으로 늘 끼고 다닐 수 있는 심플하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반지를 원했고 그러려면 1부 다이아 정도가 적당했다. 우리는 나중에 결혼 10주년, 20주년이 되면 또 반지를 맞추자고 하고 14K 금반지에 1부 다이아를 넣어 2개에 총 50만원대의 저렴한 결혼반지를 맞췄다.
반전은 임신 출산으로 살이 10kg 넘게 쪄서 그때 나름 헐렁하게 맞췄던 결혼반지조차 아예 들어가질 않아 전혀 착용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니 저렴한 걸로 맞춘 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예복 역시 종로에 즐비한 양복집 중 한 곳에서 맞췄다. 평소 직업상 유니폼을 입는 남편의 특성을 고려하면 비싼 양복을 무리해서 맞출 필요는 없었다. 남편 역시 굳이 비싼 걸 고르고 싶지 않아했다. 나는 가격을 따지지 말고 원하는 원단을 고르라 했지만 남편은 가장 저렴한 '템테이션'을 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사 보는 맞춤 양복이라 그런지 기성복에 비해 옷태가 나 보였다. 치수를 재는 날에는 인터넷에서 3만원 주고 산 키높이 구두를 신고 가서 시착했다. 예식이 끝나고 나선 턱시도를 일반양복으로 무료로 고쳐주길래 지금은 경조사용으로 종종 잘 입고 있다.
주변에는 아예 맞춤양복 없이 기성양복집에서 결혼예복용으로 구입해 식을 올린 부부도 있다. 요즘은 굳이 예복을 예복스럽게 입지 않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다보니 이런 방법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돈을 쓰자면 한없이 쓰게 되지만 안 쓰자면 그리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는게 결혼준비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예복집과 예물집을 들르고 나면 우리는 항상 근처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다. 어쩌다보니 예식장 사정에 따라 결혼날짜가 늦게 잡혀 우리의 결혼 준비 기간은 장장 1년이 가까웠기 때문에 모든것이 여유로웠다. 결혼준비도 데이트하듯이 그렇게 해 나갔다. 어떤 날은 결혼준비가 주가 아닌 데이트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주객전도'의 날도 꽤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익선동의 핫플레이스에서 줄을 서서 밥을 먹거나(당연히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런 곳은 아예 거들떠도 볼 수 없게 됐다), 근처 CGV에서 영화를 보거나, 광장시장에 가서 빈대떡과 마약김밥을 먹은 날도 있었다.
그렇게 소소하고 소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가 쌓여가며 우리 결혼준비도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