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 넘어가더라도 덜 손해보는 법
결혼준비를 막 시작하던 시기, 먼저 결혼을 한 친구들이 신신당부하는 게 있었다.
곧 스튜디오에 가면 이것저것 추가금이 엄청나게 붙을텐데 절대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결혼사진에 큰 욕심이 없었던 우리는 그까짓 상술에 얼마나 당할쏘냐 하고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타공인 실속 절약왕 예비신랑이 있으니까 혹시나 내가 넘어갈듯 하더라도 말려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추가금이라는 건 안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무슨 그런 구조가 다 있냐고 그러신다면 정말 생각 이상이었다. 먼저 4시간 넘게 열심히 찍은 스튜디오 사진의 '원본'을 받으려면 원본구입비를 내야 했다. 원본을 받아야 모바일 청첩장도 만들고 카톡, SNS에도 올리고 뭐 이것저것 할 수 있는데 시작부터가 추가금이다. 아니, 어차피 돈 내고 찍었는데 내 얼굴 나온 사진을 또 수십만원 주고 사야 하다니? 차라리 처음부터 돈을 내라고 하든가,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뭐 그렇다 치자.
그럼 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야 한다. '셀렉'이라고 한다. 문제는 사진 컨셉을 한 30가지 넘게 찍었다면 기본 앨범의 페이지는 20장 남짓이다. 기껏 찍은 사진 열몇개는 그냥 없는 게 되는 거다. 많은 예비부부가 여기서 울며 겨자먹기로 장당 수만원의 추가금을 내고 페이지를 늘린다.
마지막으로 패키지에 기본 포함된 액자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라고 한다. 예비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심해서 한 장 고른다. 부부의 첫 보금자리에 예쁘게 걸릴 웨딩액자가 탄생한다. 그런데, 이거 차마 걸 수 없는 수준의 액자틀이 딸려 나온다. 참고로 우리가 받았던 기본 액자는 아래 그림과 거의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받은 액자는 군데군데 칠도 살짝 벗겨져 있었다. 한없이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빈티지'한 '엘레강스'함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힙지로 까페도 아니고 평범한 신혼집에선 소화하기가 상당히 난감한 디자인이었다. 추가금을 내면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깔끔한 아크릴 액자로 바꿀 수는 있었다. 우리가 간 스튜디오에는 유명 연예인 부부의 결혼사진이 추가옵션 액자에 걸려 있었다. 저들도 추가금을 냈을까.
그래서 우리는 추가금을 냈냐고?
우리는 원본구입비 20몇만원을 제외한 추가금을 내지 않았다. 추가금을 한푼도 안낸다고 하니 갑자기 눈도 안 마주치려고 하는 직원분이 좀 인상깊었다. 뭐 어쨌거나 다시볼 사람이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대신에 이케아에 갔다. 수천원대의 저렴한 액자틀이 다양한 크기로 있었다. 가장 깔끔하고 무난해 보이는 액자틀을 몇개 구입했다. 그리고 온라인 사진현상 업체를 통해 사진들을 모두 현상했다. 보정은 포토샵 좀 하는 남편이 하거나 업체에 맡겼다. 식장 포토테이블에 놓을 소형 액자들과 캔버스로 걸어둘 대형 액자가 완성됐다.
그리고 앨범도 같은 업체에서 직접 디자인을 정해 만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준 앨범의 2배가 넘는 분량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웨딩앨범이 탄생했다. 물론 신혼시절 집들이때 몇 번 손님들을 보여준 걸 제외하면 그렇게 자주 보진 않는다.
한번뿐인 결혼인데 뭐 그렇게까지 돈을 아끼냐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집에서 웨딩사진 액자는 집을 이사하면서, 아이가 태어나면서 창고로 밀려나게 되는 걸 봤다. 우리 역시 아이가 돌 때 가족사진을 찍고는 바로 결혼사진 중 하나를 내리고 가족사진을 걸었다. 앞으로 저 자리에는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사진, 학교 입학사진 등등이 걸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