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도 시술도 PT도 없이 11kg 뺀 방법
slow and steady!
우리 둘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이때만해도 딱히 '식장에서 날씬한 모습으로 들어가야지' 라는 각오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직업상 잦은 외식과 저녁 자리로 살이 많이 쪄있던 때였고 당시로선 역대급 체중을 경신했을 때라 여느때처럼 다이어트를 맘먹었을 뿐이었다.
그때 때마침 남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날짜가 잡혔고 그걸 계기로 첫 3주는 적어도 몸무게 앞 자리를 5자로 만들자는 목표로 다소 '빡센' 다이어트를 했다. 마침 남친 어머니와 여동생이 '모태 마름'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분들의 눈에 적어도 너무 뚱뚱해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홈트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빌리의 부트캠프'를 오랜만에 틀어 매일같이 하고 다이어트 도시락을 사먹어가며 매일 체중을 체크했다. 기적적으로 3주만에 4kg을 감량했고(절반은 수분이었겠지만) 몸무게 앞자리도 바꾼 채 인사를 드렸다. 그때까지만해도 여전히 통통했지만.
어쨌든 첫 한 달을 나름 성공적으로 감량했고,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다음 목표는 웨딩촬영과 본식이었다. 나는 앞선 다이어트 실패 경험에서 답을 찾았다.
대학교 시절 나는 요즘말로 '개말라'가 되고 싶어서 무리한 다이어트를 했다. 덴마크 다이어트로 홀쭉해진 뒤 무작정 굶고 운동을 했다. 그 결과 두 달도 안 돼서 10kg가 넘게 빠졌지만 부작용으로 엄청난 탈모와 생리불순을 얻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식이장애로 폭식과 거식을 반복했다. 태어나서 생리불순이 온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로서는 겁이 덜컥 났고 즉시 다이어트를 중단한 뒤 원래 체중 이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몸이 정상화되는 경험을 했다.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다.
대학교때의 나는 내 몸이 싫었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내내 노력했지만 사회성도 여전히 떨어지는 것 같고, 수능에서 흡족한 점수도 못 받아서 '명문대'도 못 가고, 남자친구도 없고, 원래부터 자존감이 낮았고, 이 모든게 내가 '미용체중'이 아니어서인 것 같았다. 표면적으론 다이어트였지만 실제로는 자기학대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는 지금의 나도 좋지만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그러니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목표 기간은 1년이었다. 당시가 2018년 봄이었고 결혼식은 2019년 봄이었으니까. 한 달에 1kg씩 아주 천천히 감량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으면서 평소에만 불필요한 것을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많은 예비신부들이 선택하는 한약이나 PT, 시술을 받지는 않았다. 시간이 많았기에 여유가 있기도 했고 만약 효과가 없을 경우엔 너무 돈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출처: 픽사베이
나는 운동을 몹시 싫어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를 하면 6명 중에 6등을 했다. 전교생 오래달리기를 해도 뒤에서 두어번째 수준이었다. 어릴때 다리 수술을 받은 탓도 있지만 운동신경이 워낙 없었다. 그 때문에 PT는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웠다. 물론 전문가가 내 상태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처방해 주겠지만, 남들보다 유난히 심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없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껄끄러웠다. 왠지 '아니 이런것도 못해요?' 라고 할 것만 같았다. 업무특성상 시간이 들쭉날쭉해 체육관 등록을 해도 돈만 내고 안가게 될거라는 것도 잘 알았다.
대신에 나는 내 속도에 맞춰, 내가 가능한 만큼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을 선택했다. 유튜브에는 수많은 코치들이 다양한 난이도의 운동을 따라하기 쉽게 선보이고 있었다. 피곤할 때는 '땅크부부'같이 상대적으로 쉬운 걸, 좀더 급한 감량이 필요하거나 컨디션이 받쳐줄 땐 빌리의 부트캠프나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힘든 걸 여러 개 따라하기도 했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의 시선에선 뭐 그정도 가지고 운동이 되겠냐고 하시겠다마는, 난 워낙 운동을 멀리했던 터라 이 정도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계단을 한참 올라도 힘들지 않았고 몸이 늘 가벼웠다.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다이어트하는데 먹는데 돈을 쓰다니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시중엔 생각보다 다양하고 맛있는 다이어트식품이 많았다. 10여년전 대학생 때에 비하면 천양지차였다. 워낙 먹는데서 낙을 찾는 체질이라 마냥 굶기로만 하면 어느새 터져버릴 것 같았다.
대신에 맛있고 다양한 다이어트식을 하나씩 먹어보는 걸로 전략을 정했다. 같은 다이어트도시락이라도 이번주는 이 브랜드, 다음주는 저 브랜드로 하나씩 맛을 봤다. 찌개가 땡길 땐 저칼로리 국수를 먹었고 핫도그가 먹고 싶을 땐 닭가슴살소시지에 다이어트용 팬케익을 감아서 만들어 먹었다. 과자가 먹고 싶을 땐 칼로리가 낮은 에너지바를 들고 다니면서 먹었다. 최대한 배가 고프지 않되 매일 먹은 것을 기록해 일정량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회식하다 말고 화장실에 가서 먹은 것의 칼로리를 계산하고 있을 땐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굳이 계산을 안 해도 대략 어느 정도 칼로리가 되겠단 감이 와서 적당히 먹고 수저를 놓게 됐다.
1차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는 잠시 유지기를 가지며 먹고 싶은 걸 어느정도 먹기도 했다. 치킨이나 피자, 디저트 등을 아예 안 먹지도 않았다. 유지기나 치팅데이에는 하루 한두끼 정도 배부를 만큼 먹기도 했다. 그래야 예전처럼 폭식으로 터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결혼식이 가까워질 때까지 딱히 식이장애를 겪지 않고 건강하게 감량에 성공했다.
이렇게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감량을 했으니 결혼 후에도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다이어트는 평생을 해야 유지가 가능한데, 나는 결혼식과 동시에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날씬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아무리 무리하지 않는 다이어트여도 평생을 하는 것은 내겐 역시 무리였다.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였고 신혼때부턴 남편과 매일같이 야식과 간식을 먹으며 살이 야금야금 쪘다. 거기에 신혼 두달여만에 임신을 하면서 엄청난 먹덧이 찾아와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다시 경신했다.
하지만 나만의 힘으로 오롯이 목표를 설정하고 이뤄낸 과정은 좋은 경험이었다. 부작용도 거의 없었으니까. 남들은 결혼사진 아무리 찍어봐야 거들떠도 안 본다는데 나는 내 노력으로 만든 날씬한 몸이 뿌듯하기도 했고 지금 와서 보면 신기하기도 해서(?) 아직까지도 종종 본다. 물론 남편은 그때보다 지금이 나으니 다이어트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미스테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