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비용 딱 100만원대로 끝낸 비결

붙박이 장롱도, 천만원대 침대도 필요 없던 우리의 작은 투룸

by 뚜벅초

집도 집이지만, 결혼준비 자금으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혼수비용'이다.

우리는 워낙 간소하게 시작을 해서인지, 혼수 비용도 얼마 들지 않았다. 굳이 계산해보면 딱 결혼 전까지 들인 비용은 아마 '스드메' 비용보다도 적었던 것 같다. 자잘한 것까지 합해서 100만원대를 넘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들은 혼수로 기본 수천만원은 들인다는데, 딱히 아끼려고 애쓴 것도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적게 들었나 생각해 보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살면서 갖춰나가자'고 생각했다. 많은 선배 부부들이 조언했던 대로다. 역시 결혼해서 살다 보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사를 하고 집을 넓혀 가다 보면 혼수 때는 생각지 않았던 변수들이 생겨난다. 미리 모든것을 정해놓고 지출을 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란 생각이다.


일단 우리의 첫 신혼집은 무척 작았다. 10평대 초반 미니투룸이었으니까. 우리의 옆집에는 1인가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혼자 살기 딱 좋은 크기였다. 물론 다른 층에는 아이 둘을 키우는 집도 있는 것 같았지만, 일반적으론 그렇단 얘기다. 집이 작기 때문에 애초에 많은 물건을 놓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곳은 특이하게도 냉장고가 옵션으로 붙어 있었다. 냉장고의 성능은 좋지 않아서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단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어쨌든 그래서 냉장고는 다음 집으로 이사갈 때까지 사지 않아도 됐었다.

그리고 결혼 전 4년여간 자취하면서 쓰던 소형 전자렌지와 밥솥이 '건재'했다. 굳이 버리고 새로 사기에는 얘네들한테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서 집을 이사할 때까지도 쭉 쓰다가 무려 작년이 되어서야 전자렌지를 교체했을 뿐이다.

출처: 픽사베이 (저희 신혼집 사진이 아닙니다^^;;)


결혼식 전 시댁에서는 그간 여기저기서 선물 받으시고 안 쓰던 그릇과 냄비를 족히 수십 장은 물려주셨다. 마당발인 어머님 덕분에 혼수그릇을 거나하게 사지 않아도 됐었다. 우리 집에도 안쓰는 게 몇장 있어서 들고 왔다. 어차피 2인 가구에 아기 한 명이라 그릇은 쓰는 것만 쓰는 편이고 그 뒤로도 고가의 그릇세트 같은 건 구입한 적 없지만 부족함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혼 후 집들이를 하면서 그릇이 부족할 땐 일회용 그릇을 사용했다.


침대 역시 혼수용으로 산다는 천만원대에 육박하는 고급제품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40만원대의 저렴하지만 구매평이 좋은 제품을 샀다. 보통 자취용으로 많이 쓴다는 브랜드였지만 최상급은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쓸 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서 아기침대를 졸업하고 나선 낙상 위험이 적은 패밀리침대를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부부들이 고가의 혼수침대를 샀다가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패밀리침대로 바꾸며 기존 침대가 무쓸모가 되어 골머리를 썩는다는 사연을 종종 본다. 우리가 쓰던 저렴한 침대는 친정에 드렸다.


그밖에 렌지장 겸 소형 식탁, 세탁기 등도 인터넷에서 염가로 구입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건 전혀 아니었다. 3년여가 지난 아직까지도 잔고장 없이 잘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TV보기를 좋아해 하나 살까 하다가 남편이 이왕 산다면 큰 사이즈를 사고 싶은데 작은 집에는 걸기가 애매하다는 이유로 구입하지 않았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TV 대신 책장이 자리한 집에서 자란 우리 아이는 책보기를 무척 좋아한다. 커서도 그러면 좋겠지만.. 그나마 혼수 기분으로 산 건 친정엄마와 예비신랑과 함께 동대문 상가에 가서 직접 발품팔아 산 이불세트와 커튼 뿐이었다. 브랜드 이불을 샀는데도 여기저기 비교해보고 흥정을 한 덕분에 비용도 나쁘지 않았다.


번듯한 신축 30평대 이상 아파트에서 시작한 게 아니어서 '뻑적지근'한 장롱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대신 우리의 옷은 남편이 열심히 설치한 '왕자행거'에 걸었다. 미관상 썩 좋진 않지만 좁은 집에 수납하기엔 행거가 훨씬 효율적이다. 그밖에 간단한 수납장 등은 이케아에서 수만원 대로 그때그때 구입해 설치했다.


이미 자취를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사람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재도구를 마련할 때 꼭 최상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혼 전 자취방에선 수십만원대 침대에서도 잘 자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갑자기 1000만원대 고급 매트리스가 아니면 잠이 안 오나? 결혼 역시 그냥 새로운 살림을 꾸리는 것 뿐인데, 이상하게도 '웨딩', '신혼', '혼수'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평소 엄두도 못냈던 최상의, 명품 수준의 것들을 모두 갖춰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생길 것처럼, '복이 달아날 것처럼' 겁을 주는 상술들이 많다. 다행히 우리 세대는 겉보기보다 실용성을 중요시하는만큼 예전처럼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무작정 돈을 쓰지는 않는 분위기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 결혼문화 특성상 이 사람 저 사람 말 얹기 좋아하고 간섭의 목소리가 많고 체면을 중시하다보면 분수에 맞지 않은 돈도 많이 쓰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건 그때 뿐이더라. 그때가 지나고 나면, 우리 앞엔 별처럼 많은 날들과 변수들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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