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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초 Apr 01. 2022

완벽한 모성을 너무 쉽게 강요하지 마라


우선, 제목이 너무 '명령조'여서 불쾌하셨을 분들께는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이 글은 단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이들에게는 딱히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다. 그들도 나 같은 양육자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여도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육아휴직을 하고 6개월 난 아기를 한창 키울 때였다. '코로나' 초기여서 집 앞 공원조차 잘 나가지 못하고 예방접종 맞을 때를 제외하면 일절 외출을 하지 못한 채 집에 갇혀서 육아와 살림만을 할 때였다. 당시 아기는 '등센서'가 너무 심해서 밤이고 낮이고 아예 아기띠로 고정해서 늘 안고 있어야 했다. 내려놓는 즉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자지러지게 울어댔기 때문이었다. 그까짓 아이 좀 울게 내버려 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돌전 아기가 지나치게 울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10kg에 가까운 우량아를 아기띠를 한 채로 서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양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모든 일을 다 했다.


덕분에 임신 때부터 나빠졌던 허리는 회복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가 됐고 돌이 지나서야 간신히 수백만원을 들여 도수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일정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아이가 두돌이 지났고 이제는 안아주려 해도 놀고 싶어 내려달라 하는 수준이지만 허리는 여전히 아파서 오래 걷기도 힘들 정도로 지병이 됐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이런 상황에서 심한 육아우울증이 찾아왔고 나는 당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육아의 고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 심정을 토로했었다. 그리고 그 때 달린 댓글 수십개는 죄다 '아기 휘리릭 업고 빨래하고 청소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던데, 아기 얼굴만 봐도 난 너무 행복한데 넌 왜이리 엄살이 심하냐. 엄마가 이 따위니 니네 애가 불쌍하다'는 내용이었다.


육아를 경험하든 경험하지 않았든, 아기 보면서 집안일 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돌전 아기는 재워놓고 볼 일 보면 되니 쉽고, 애가 깨면 '휘리릭'업고 콧노래 부르며 집안일 하면 되니 별 거 아니라고들 한다. 정말 그런 엄마들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아기가 많이 가볍나? 잠을 잘 자나? 건강 체질이어서 산후 요통 같은 건 없나? 여기에 해당된다면 좀 부럽다. 근데 그렇다면 자신이 육아와 가사에 남다른 소질이 있음을 감사하고 만족하면 될 일이지 왜 남을 가르치려 드는지는 모르겠다. 역시 세상은 공평한건지, 체력과 가사능력을 주면 공감능력과 이해력(다른 말로 지능)은 다소 부족해지는 '기막힌 밸런스게임'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돌이 지나고 복직을 했지만 코로나 시국은 끝나지 않았다. 코시국에 어린이집을 보내는지 여부를 두고 여기저기서 논쟁아닌 논쟁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 중에도 내 눈을 의심하게 했던 말들은 왜 재택근무를 하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냐는 말이었다. 아기 놀아주면서 '슬렁슬렁' 일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위험한 시국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방임'을 하냐는 지적이었다. 재택근무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일까? 재택근무의 뜻을 모르나? 하지만 이 세상에는 돌전 아기를 업고 집안일 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쉽고 즐거운 사람들도 많으니 어딘가에는 집에서 일을 하며 육아가 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알아야 하지 않나.


부모 혹은 양육자의 잠깐의 '부주의'로 아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뉴스를 종종 본다. 엄마가 잠시 욕실에 아이를 둔 사이에 아이가 익사를 하거나,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 차에 치어 아이가 사망하는 일 등등이다. 물론 이러한 일은 대개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간단한 사실관계만 전달되기 때문에 자세한 자초지종을 우리가 알기는 어렵다. 정말 누가봐도 방임에 가까운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고 단지 운이 나빴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번 그런 뉴스의 '댓글'들은 90%가 너무도 쉽게 아이의 보호자를 단죄하고 심지어 욕설을 하는 내용들이다. 어떻게 애미가 돼서 어린 아기에게 눈을 떼느냐, 이건 엄마가 '죽인'거라는 말을 그냥 아무런 필터 없이 마구 한다. 워낙 저출산 시대고 주변에서도 어린아이를 보기 힘든 시대니 육아는 마냥 육아예능에서만 본 사람들이 쉽게 말을 하는 걸수도 있겠지만(물론 이것도 심하게 선을 넘은 행위다. 누누히 얘기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미경험자가 경험자들을 인신공격 섞어 가르치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은가), 더 놀라운 건 이미 육아를 하고있거나 해본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입찬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단 1초도 눈을 떼 본 적이 없다, 아이가 세 살 까지는 업고 모든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엄마의 상식 아니냐는 말을 하며 안타까운 일을 당한 유가족을 아무렇지 않게 난도질한다. 부디 당사자들이 그런 댓글들을 보고 두 번 상처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물론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항상 주시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육아를 잠시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이론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부모도 사람이고 일상을 살기에 단 1,2초 정도는 잠시 눈을 뗼 수도 있다. 뭔가를 급하게 가지러 가거나 돌발상황이 일어났을수도 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다보면 정말 글자 그대로 '1초'사이에 아이가 사고를 치는 경우가 꽤 많다. 99.9%는 별 것 아닌 해프닝으로 끝나기에 보통 신문 사회면에 오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0.1%에 올랐다고 해서 안그래도 마음이 지옥일 부모를 '쳐죽일 X'로 만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훈계질 하고 싶어 안달난 행동이라고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아이가 두돌이 되기 전 발달이 늦어 대학병원 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단순히 늦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찰 결과가 좋지 않아 그야말로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어려서부터 발달문제를 겪던 아이들은 대부분 장애 판정을 받는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장애인 등 약자를 위한 배려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서 만약 그러한 일이 생긴다면 더욱 막막했다. 너무 무섭고 답답해서 이러한 속내를 SNS에 털어놓았더니 누군가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길어서 요약하자면 '그렇게 엄마가 부정적이고 불안해하면 아이에게도 그 불안이 전달되기 때문에 좋지 않은 행동이다. 엄마가 마음을 굳게 먹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였다. 나에게 그런 말을 보내신 분은 정상발달아이를 키우는 분이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중증 장애아와 시한부 아이를 키우면서도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귀감이 되는 훌륭한 부모님들이 아주 많다. 개인적으로 그런 분들을 아주 존경하며, 닮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욕칠정의 굴레 안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범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닥치면 때론 우울하고 불안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나 역시 아이에게는 되도록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힘을 내서 최대한 밝게 웃고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그분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무리 엄마가 내색을 안 해도 아이들은 엄마의 내면 깊숙이 있는 우울과 불안을 알아챈다고!!'


...아니 진짜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외람된 말이지만 님 자녀분들은 부모님께서 생판 모르는 집 가정사에 이래라 저래라 하시며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계신다는 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행히도 그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 아기는 아직까지는 딱히 불안증상 없이 정서적으로 지극히 안정된 모습으로 기관생활과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다.(개인적으론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그냥 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불안이라곤 거의 없는 여장부셨지만 나는 불안을 안고 사는 만성 범불안인이다.) 발달도 코로나 시국을 무릅쓰고 외출과 치료를 시작했더니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아직 마음을 놓을 연령대는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야 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아무튼, 육아를 해보신 분이든 안 해보신 분들이든

남의 육아에 자꾸 참견을 하고 싶거나 가르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세상 엄마들이 너무 한심하게 육아를 하는 것 같아 한 말씀 하고 싶다면 아래 내용을 외우셨음 좋겠다.


-아이를 하루종일 등에 업고 설거지, 빨래, 청소,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은 가벼운 노동강도의 일이 아닙니다.

-두어시간에 한번씩 깨서 울부짖는 아기와 겨우겨우 밤을 지새우고 나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몸매관리를 위한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반찬과 갓 끓인 국,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못 한다고 해서 게으르고 주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게 아닙니다.

-혼자서 재택 근무를 하며 가정보육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는 정말 글자 그대로 단 '1초'(비유적 의미 아님) 사이에도 사고를 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이의 발달과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절대적이며 다소 남다른 기질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부모의 죄는 아닙니다.


님들이 굳이, 인신공격을 섞어가며, 남에게 상처를 줘 가며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미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개인시간을 최소화해가며 온 힘을 다 바쳐서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바르게 클 수 있도록 먹거리와 놀이를 신경쓰고,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보육기관을 찾고 있고, 일을 하더라도 피곤함을 무릅쓰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1분이라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틈틈이 잠을 줄여가며 최신 육아 트렌드와 유아 발달 관련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주제 넘은 참견은 사양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첨언하자면,

그렇게 잘 모르는 남의 삶을 쉽게 단정짓고 채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벽돌 한 장을 올리는 기여를 하시는 여러분들의

아직까진 별 일 없던 평화로운 일상이 불의의 사고로 '별일'이 생긴다면

그대로 본인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난도질을 할 것이라는 점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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