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2년 가정보육 분투기

나는 생계형 워킹맘입니다 2

by 뚜벅초

생계형 맞벌이 부부이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내 직장이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워킹맘에게 관대하다는 점, 그리고 남편이 공무원인 덕분에 휴직이 자유롭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조건 덕분에 우리는 나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그리고 남편의 육아휴직 1년을 더해 아이를 두 돌 넘어서까지 가정보육을 하고 25개월에 어린이집을 보내며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육아체질이 아니었고 요즘의 많은 엄마들처럼 애보는 것보다 차라리 밭가는게 나은 편이었기 때문에(물론 밭 가는 게 즐겁다는 건 아니지만) 아기가 14개월이 될때까지의 가정보육은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가까웠다.

혹자는 그렇게 힘들면 그냥 어린이집에 보내라고들 했다. 하지만 임신때부터 애착육아를 공부하고 나름의 확신을 가졌던 나로서는 선뜻 가정보육을 종료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의 불안했던 어린시절과 함께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 아직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아기를 기관에 보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육아우울증에 걸려 난생 처음으로 정신과약을 먹어가면서도 하루하루를 분투하고 분투한 끝에 복직하게 됐다. 다행히 육아 우울증은 복직과 함께 급속도로 나아졌다. 역시 애 보는 것보단 밭 가는 게 쉬운가보다.


그리고 남편이 바톤터치를 해 육아를 전담했다. 이번에는 주변의 기관 권고가 더 많아졌다. 조금 느린 편인 우리 아이도 18개월이 넘으니 제법 잘 걸어다니고, 말은 못하지만 의사표현도 하고, 무엇보다 아빠가 오롯이 하루종일 돌지난 아이를 가정보육한다니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더 컸다.

남편은 말론 괜찮다 했지만 때로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며 육아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어차피 복직할 거니 그냥 조금 빨리 기관에 보낼까 물었더니 남편은 이미 다 지나간거 조금 더 버텨 보겠다고 했다. 매일같이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키즈카페를 돌아다녔고, 문화센터 수업과 발달센터 라이딩을 계속했다. 아빠와 매일 최소 2회 이상 산책과 외출을 한 아이는 점점 자기 속도로 성장하고 발달하기 시작했다.


가정보육과 기관보육은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일단 가정보육의 좋은 점은 아이를 1:1로 케어하기 때문에 아이의 다양한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이에게 필요한 점과 부족한 점을 주양육자가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다양한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어느 정도 예방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회성의 경우도 36개월 이전까진 '친구' 개념조차 없어 가정 내에서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니, 단지 사회성 때문에 기관을 억지로 보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가정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제한적인 경험만을 하다보니 자극이 부족해질 수 있다. 특히 부모가 가사일 등 다른 일에 몰두할 경우 아이와 상호작용할 기회가 오히려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 더 적어질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아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좀 늦다는 걸 알고서는 바로 '집콕'을 멈추고 방역수칙을 크게 어기지 않는 선에서 여기저기 체험을 다니며 오감 자극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출처: 픽사베이


아이는 25개월이 되어서 처음으로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에 입소했다. 인기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시설이 멋진 곳은 아니었지만 인원수가 적어 선생님이 보다 세심하게 아이들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어린시절 각종 기관생활이 무척 고통스러웠던 내 경험이 생각나 입소 전날까지도 걱정이 컸던게 사실이다. 그 정도가 아니어도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최소 한두달 정도는 엄마를 찾아 운다고 하는데, 안 그래도 또래보다 발달이 느린 편이라 혹시나 적응을 못 하고 도중에 퇴소를 하게 되면 어쩌나, 요즘 어린이집들은 느린 아이들은 퇴소하라고 눈치도 준다는데.. 그러면 바로 내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봐야 할텐데 싶어 온갖 시나리오를 돌렸다. 애초에 우리 집이 좀 더 여유가 있어 만약 내가 가정보육을 계속 할 수 있었다면 아마 5살까지 집에서 보고 유치원을 보냈을텐데 싶어 아쉽기도 했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는 한 번도 울지 않고 기관생활에 너무 잘 적응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집에서는 꽤나 잠투정을 부리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몇 번의 토닥임에 쉽게 잠에 든다는 믿지못할 소식까지 있었다. 역시 부모는 아이를 가장 모르는걸까? 돌무렵만 해도 낯가림이 극에 달해 심지어 엄마가 화장만 하고 나타나도 울부짖던 아이가, 이제는 어린이집 입소 일주일도 안 돼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 놀 줄도 안다며 선생님께 사회성 좋다는 칭찬을 받으니 정말 아이들이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많은 생계형 맞벌이 가족들이 다 그렇듯 지금의 체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아시다시피 개인의 의지나 '노오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게 육아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맞벌이 육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상태에 감사할 따름이다. 중간에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내가 타의에 의해 일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어서, 남편이 휴직을 할 수 있어 아이를 어느 정도라도 집에서 기른 다음 기관에 보낼 수 있어서, 아이가 별 탈 없이 기관에 잘 적응해서, 오늘도 무사히 일상을 살아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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