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관하여 0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 Sep 14. 2024

가구에 관하여

제6화

올해 초 이사를 하게 되면서 우리 가족은 새로운 가구를 사게 되었다. 여러 형태의 가구를 보고 있자니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어차피 역할은 다 똑같은데 형태와 재료는 제각각이네?' 이 생각을 한동안 묻어놨다가 가구에 대한 그를 쓰자니 이 기억이 떠올랐다. 가구들은 다들 똑같은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침대는 잠을 자기 위해, 식탁은 밥을 먹기 위해, 소파와 의자는 앉기 위해... 그렇지만 사람들은 같은 가구라도 더 이쁘고 좋은 가구를 원한다.

잠만 잘 수 있으면 되는데, 앉을 수만 있으면 되는데 왜 그런 걸까? 그건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 항상 있어야 하니까,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항상 보이니까 조금 더 이쁘고 좋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

색이 이쁘면, 재료가 좋으면, 모양이 이쁘면, 편리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면 살아가는데 더욱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도 다를 바가 없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우리도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고, 더 좋은 사람을 주변에 두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가구와 다르게 원하는 대로 고를 수가 없다.

살다 보면 맘에 들지 않는 사람,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이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언제나 좋은 사람만을 원하고 바라는데

그런 걸 바라는 우리도 누군가에겐 좋지 않은 사람, 별로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사실은 사실 나에게 있어서 크나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익만을 바라면서 정작 본인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가구도 우리도 모두에게 좋은 가구가,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내가 좋은  사람을 원한다면 다른 이들도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자신을 먼저 돌아보았으면 한다.

이전 05화 창문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