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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하여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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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Sep 12. 2024

창문에 관하여

제5화

나는 이따금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곤 한다.

애기들이 엄마 손 꼭 붙잡고 걸어가는 모습, 강아지들과 산책하는 모습, 나이 드신 노부부가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까지 그냥 지극히 평범한 풍경일지라도 왜인지 보고 있자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집에서 뿐만 아니라 버스나 기차. 비행기까지 나는 창가 자리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인데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해외여행을 자주 데려가주신 덕에 공항에 자주가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 여행 속 창문들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거 같다, 비행기 타기 직전 탑승구에서 보이는 노을이 지면서 비행기들이 이륙하는 풍경은 언제 보더라도 항상 설레는 기분이고 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보이는 지상의 모습은 다가올 여행을 기대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눈에 이쁜 풍경이 보이는걸 참 좋아하는 거 같다. 야경, 오션뷰, 파크뷰, 뷰맛집 같은 키워드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풍경들을 감상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사실 창문이 있다면 그러한 아름다운 풍경들을 우리의 삶 속 모습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티브이를 보다가도 커튼을 조금만 열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고 여행을 간 호텔에서 친구들과, 연인과 시간을 보내다가도 창밖을 통해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소중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 보인다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또 행복한 일인지 다들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우리 집은 뷰가 안 좋아서 그런 걸 못 느끼겠는데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아파트에 살아서 놀이터가, 시골이라서 산이, 바로 옆이 도로라서 차들이. 근데 이런 풍경을 "놀이터 밖에, 산 밖에, 차들밖에 "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풍경이 보이든 그건 우리의 삶의 일부고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것이니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풍경마저도 우리 삶의 일부로써 아름답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만이 들뿐이다.)


창문과는 어찌 보면 다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창]이 하나 있다. 바로 아쿠아리움의 유리창이다. 나는 아쿠아리움을 많이 좋아하는데 가오리나 해파리를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해져서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 아쿠아리움은 꼭 가보려고 하는 편이다. 애기도 아니고 무슨 아쿠아리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쿠아리움만큼 매력적인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육지에서는 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정말 아름다운 바다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경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녀들과의 나들이로, 연인과의 데이트로, 기분 전환 겸 바깥 마실 코스로 한번 아쿠아리움에 들리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팀, 연예인이 있듯이 좋아하는 생물(꼭 해양 생물이 아니더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사진 하나 투척)


창문 얘기를 하다가 너무 딴 곳으로 새 버린 거 같아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래 주제로 돌아가보자!


이 주제를 쓰기로 마음먹고 난 뒤 언젠가 택시 기사님께 정말 뜬금없게도 창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여쭤본 적이 있다. 말하고도 너무 뜬금없는 거 같아서 나조차도 당황했지만 기사님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잉? 창문? 중요하지 창문 없으면 차에서 앞이 안 보이니까 택시로 돈을 못 벌어먹지~  그리고 작년에 우리 딸내미가 우리 집 창문을 바꿔줬는데 새 창문이라 그런지 전에 누렇게 보이던 바깥이 밝아 보여, 역시 새삥이 최고 같아. 열고 닫는데 힘도 안 들어서 환기시키기도 편해~ 근데 갑자기 창문은 왜?"

글을 쓰고 있다고 얘기하긴 조금은 창피했었어서 그냥 바람 쐬고 싶어서 창문을 열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고 얼버무렸다.

(지난 지 꽤 된 일이라서 저 이야기 말고도 몇 개 더 이야기를 해주신 거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서 또렷하게 기억나는 얘기만 적어보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저 이야기가 다시 생각나고 창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문득 난 창문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다가올 여행이 기대가 된다고 말한 것처럼

내 글도 나의 이야기를 통하여 사람들이 기대하게 되고,

내가 창밖을 보며 위로받았듯이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며 위로받고, 투명한 창문처럼 나 역시 꾸밈없는 투명한 글을 써내며, 창문을 통해 환기하는 것처럼 내 이야기를 읽으며 지친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그런 작가 말이다.

오늘은 왜인지 하나의 소원이 생긴 거 같아 글을 가볍게 마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찍은 창밖의 모습 중 가장 이쁜 것 한 개를 올리면서 이야기를 마치겠다.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 중 혹여나 기억에 남는 창  풍경이 있다면 댓글로 말해주셨으면 한다.

(오사카의 어느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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