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기본이 되는 향에는 대략 16가지 향이 있다고 한다..
머스크, 우디, 시트러스, 스파이시, 레더리, 플로럴.. 등등 다양한 기본 향과 그 안에서 무수히 뿌리내리는 셀 수 없는 향들.. 나는 이게 마치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mbti 같다고 생각했다. Mbti도 크게 16가지의 유형이 있고 같은 유형의 사람들일지라도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 많은 향수 중에서 원하는 향을 고르고, 자신과 잘 맞는 향을 자주 뿌리는 것도 우리가 친하게 지낼 사람을 고르고, 잘 맞는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 것과 비슷하다 못해 그 대상만 다를 뿐이지 실상은 똑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만 들었으면 이 얘기를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좀 슬픈 생각 하나 역시 떠올랐다. 향수가 질리거나 다 떨어지면 새것으로, 다른 향으로 바꾸는 것처럼 우리 역시 사소한 이유들로 주변의 인물들이 계속 바뀐다, 어쩌면 우리가 바꾸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비유만은 잘못된 비유였길 바라면서 우리의 인간관계가 향수의 향처럼 서서히 사라지는 그런 관계가 아니길 기도해 본다. (전부터 자꾸 사물에 사람을 연관시켜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나에게 있어서는 세상 속에서 가장 크게 마주하게 되는 개념이 사람이기에..)
많고 많은 향들 중에서 우리는 자신과 잘 맞는 향수 하나를 찾기 위해서 여러 향을 맡아보고 뿌려본 뒤 향수를 구매하게 된다. 이처럼 본인에게 맞는 향은 언젠가 자신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우리 이모부에게서 그것을 자주 느낀다. 이모부에게서는 항상 특유의 쿨한 향이 계속 퍼지는데 이제 그런 향을 맡게 될 때마다 이모부가 생각이 난다. 그래서인지 나는 향수가 누군가를 기억하게 해 주는 그러한 매개체 같이 느껴지는데 떨어져 있더라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더라도
머릿속에서는 '아! 이 향은 누구 향이지 '하고 기억하고 있고 그 기억과 그 향이 만나서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인지 눈으로 보는 사진처럼 우리에게 사람을 기억하게 해 주는 향수에게 "코로 보는 사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세상의 많은 향이 있다지만 결국 그것을 뿌리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것' 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부분에서 향수는 그저 도움을 줄 뿐이지
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향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 맡는 향이 아닌 남들이 나를 판단하게 하는 요소들 말이다.. 그러니 향수를 사용하는 것도 너무나 좋은 행위이지만 본인의 향을 조향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