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넘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친구들이 자전거를 탈 때 나는 킥보드를 탔고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하면 집에 오는 게 일상이었다, 단순히 자전거를 별로 타고 싶지 않기도 했었기에 그런 경험들이 내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동네 형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았고 그게 너무 재밌어 보여서 언젠가 교회 행사에서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보통 아이들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탈 때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곤 한다. 그렇지만 그때는 우리 아빠가 한창 바쁜 시기였기에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불쌍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그 기억 역시 단순히 아쉬움이 있을 뿐이지 상처가 되진 않았다. 시간이 날 때면 항상 캐치볼을 하며 놀아주셨기에 그 어떤 원망도 미움도 없다) 그렇게 점차 스스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자 눈에는 로드 바이크가 들어왔다. 모양도 멋있고 속도도 일반 자전거보다 훨씬 빠르니 초등학생 남자아이에게 얼마나 매력적이었겠는가. 그렇게 나는 부모님을 졸라서 멋진 새 로드바이크를 하나 받게 되었다. 그 자전거가 생긴 이후로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유등천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언제 한 번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나 혼자 엑스포 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하였다.(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중간중간 사진과 함께 연락도 남겨놓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자전거를 타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자전거와 완전히 멀어지게 된 일이 하나 일어났다. 중1? 중2 여름방학쯤 친구 두 명과 엑스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목줄을 안 한 강아지가 앞으로 뛰쳐나와서 급히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뒷 브레이크를 잡았어야 했지만 놀란 마음에 앞 브레이크를 잡아 자전거가 앞으로 뒤집히며 거진 5~6미터 날아가게 된 것이다. 그 일 이후로 나는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못 잡게 되었고 자전거를 다시 타려고 하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해서 한 가지를 깨달았는데 평소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던 것들이 예기치 못하게 다른 일로 퍼지게 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 말이다. 비행기 사고가 난 사람들은 비행기를 못 타고, 어디에 갇혔던 사람들은 폐쇄 공포증이 생긴다. 이는 사실 우리의 마음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좋아하던 사람에게 상처 입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고, 항상 잘해주던 사람이 한번 실수했다고 그 사람을 원망하고.. 몸이 기억하는 것들은 어쩔 수가 없다. 일종의 방어작용으로 우리를 보호하려는 무의식의 행위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과 감정은? 그것은 방어작용이라고 할 수 없다.
기대치가 높아져있기에, 나에게 득이 되어주었기에 단순히 실망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이기적인 부류이니 말이다.
나는 그래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달랐으면 한다. 몸이 그러듯이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부정적인 감정에게서 떨어트려주는 진정한 '방어 작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PS.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 오늘 하루만큼은 방어 작용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날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자전거라는 주제가 온전치 못하고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 거 같아서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글을 써내려갈수록 하고 싶은 얘기가 명확해지기에 글 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음을 알아주시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