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바다를 좋아하시는지 묻고 싶다.
나는 산보다는 평야를, 평야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바다를 생각하면 조금 설레는 거 같다.
얼마 전 나 혼자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어느 날 저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던 내게 엄마가 갑작스럽게 너무 힘들면 여행 한번 다녀오라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바로 여행지와 숙소를 정하고 기차표를 예매해서 다음 날 아침 무작정 여행을 떠났었다. 갑작스럽게 가게 된 여행인지라 해외는 무리가 있어서 국내 여행지를 찾아보았는데 경주, 전주 같은 좋은 여행지가 많았지만 왜인지 바다에 가고 싶어 속초, 인천, 부산, 여수 중 고민하다 여수로 떠나게 되었다.
총 3일간 여수에서 지냈는데 두 번의 밤 모두 혼자 바닷가 앞에 앉아서 조용히 밀려오는 파도를 한 시간가량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었기에, 사람들이 주는 위로는 전부 다 똑같았기에 그저 조용히 쉬고 싶었다. 옆에는 시끌벅적한 포차 거리가 있고 앞에는 파도치는 바다가 있었다. 조용한 걸 바랬지만 파도 소리는 나를 전혀 배려해주지 않았다. 철썩철썩.. 그렇지만 시끄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 철썩거리는 소리가 날 토닥여주는 소리 같았다.. 오히려 그 푸르른 액체가 내는 소리가 포차거리에서 사람들이 (초록색 병에 담긴 액체가 뭐라고) 흥분해서 내는 욕설도 들리지 않게 귀를 막아줬다. 오히려 완전한 고요보다 더욱 편해지는 그런 소리가 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어루만져 주었다. 그날 이후 바다는 나에게 약간 애증의 장소가 된 거 같아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혼자 바닷가에 가고 싶어 진다.(어쩌면 다음번엔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동물 중에서 유독 좋아하는 친구가 몇 명 있는데 바로
가오리, 해파리, 거북이이다. 이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왜인지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아 아쿠아리움 같은 곳에 갈 때면 이 친구들을 항상 제일 먼저 찾는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모두 바다에서 생활한다는 것인데 바다에는 이 친구들만큼 멋진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다. 나는 그런 해양 생태계를 보며 가끔 우리의 삶을 반성하곤 한다.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을 보면 우리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진다.
물은 사회고 해양생물들은 우리다.
오징어는 문어가 되려고 머리를 동그랗게 하지 않고, 고래는 거북이가 되려고 등딱지를 쓰고 다니지 않는다, 상어는 가오리가 되기 위해 몸을 납작하게 하지 않으며 문어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해파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조금만 잘나 보이면 따라 하기 급급하고, 누가 이렇게 해서 돈을 얼마나 벌었다더라, 누구는 어디 대학 나와서 뭐 하고 산다더라, 누구는 로또가 돼서 무슨 차를 타고 다니고 어디 산다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종특이다. 성공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 스카이 대학에 못 가면 실패한 거라고 말하는 학부모들, 뭐만 하면 실패라고 말하는 어리석은 어른들..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성공의 기준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공 기준은 더 이상 함부로 따라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그리고 성공이 아니면 실패도 아니라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우리가 무조건 자기 기준에서 성공한 사람처럼 될 필요는 없다. 물론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게 남과 비교하고 내 것이 아닌 것을 따라 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요즘 연예인들이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음식을 먹으면 전부 매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예뻐 보여서, 맛있어 보여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닮아 보이려고 따라 하려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문화가 참 안타깝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참 슬픈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이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 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산다면, 본인에게 만족하며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 하는 그런 위치에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바다 속 물고기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