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주제가 평소와는 달라서 놀라신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가끔은 이런 진중한 주제로도 글을 써보고 싶기에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건 아마올해 3월쯤 일 것이다.
대전 은행동에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다다르다>라는 독립서점이 있다. 전부터 꾸준히 그곳에 가서 책을 사고 서점원 분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 날 이모가 예전에 내가 그곳을 소개했던걸 기억하고 같이 가자고 하셔서 함께 그 서점으로 향하였다. 서점에 도착한 나는 이번엔 무슨 책을 읽어볼까 계속해 고민하면서 몇십 분 동안 서점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다가 서점원분께 겨우 내 이야기를 꺼내었다. 요즘 조금 힘이 든다, 우울하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만 같다.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이 있냐고.. 그랬더니 점원 분께서 책 한 권을 꺼내주시고는 내게 건네주셨다. 책 한 권을 품에 안으니 다음 책을 고르는 건 쉽게 느껴져서 두세 권의 책을 품에 않고 서점을 나오게 되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정말 잘 지은 제목인 거 같다. 슬픔은 슬프고 그것을 공부하는 것은 더없이 슬퍼지니 말이다.
나는 슬픈 사람이다. 내 주변은 너무나 밝고 아름답다.
좋은 사람들이 있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집에서 잠을 청하니 이게 행복한 삶 아니면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왜인지 나는 그런 밝은 주변으로 인해서 내 어두움이 더욱 부각되고 그로 인해 점차 더 슬퍼지는 거 같다.
내가 놓여있는 상황만을 보면 행복해야 마땅한 놈인데 그런 주변을 볼수록 죄책감만 든다. 다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도와주는데, 불행해질 이유는 전혀 없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죄인이 된 거 같고 그것이 내가 불행해야 마땅한 놈이라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상처 입히는 걸 보면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해자도 나고 피해자도 나이다.
항상 불안해하면서도 막상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게 얼마나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두에게 기대만을 받아오던 사람이 한순간 추락해 버려서 다시 날아오르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하는 게 참 변명 같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막상 내가 처해보니 그동안 콧방귀 뀐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어려운지, 무서운지.. 이건 우리만 아는 영역일 것이다. 그 아무리 어떤 뛰어난 상담사일지라도, 어떤 부모, 자식, 배우자일지라도 겪어보지 못했다면 모르는 일이다.(그렇다고 그들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받는 위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슬픔을 겪고 나서 고쳐보려고 이런저런 공부를 했다.
원인이 무엇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고, 슬프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슬퍼지기만 했다. 슬픈 사람에게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이 슬펐고, 내가 스스로에게 나는 슬프고 아픈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거 같아서 슬프고, 남들과 날 비교하게 되어 슬펐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슬픔의 위안>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어서 그 책 역시 찾아보았다. 그 책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그 기간이 얼마나 되든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한다. 그게 맞는 거 같기도 하지만 내 성격상 눈치를 보고 불안해하기에 그것 역시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 그거 하나만이 확실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른 에세이들과 달리 이 이야기는 어떠한 밝은 내용도 없었던 지라 읽으시는 중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하기 위해 쓰는 글이니 내 상황을 그냥 적고 싶었다. 내 지인들이 이 글을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지 조금 두렵지만 그래도 한 번은 나의 슬픔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아직 많이 어둡고 슬플지라도 언젠가 슬퍼지지 않은 날이 찾아올 거라 믿고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슬픔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저 얼굴만 아는 존재로, 오며 가며 인사만 하는 관계로 남아주었으면 한다. 혹여나 나처럼 슬픔을 공부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배운 것이 무엇인지 댓글로 알려주었으면 한다.
혹시나 나처럼 슬픈 사람들이 있다면 삶 속에서 슬픔에 대한 답을 하루빨리 찾아내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