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도 우연하게 다가온데

by 혜성

떫은 토마토의 비명에
알을 배어버린 무고한 나비는,
그 무게를 못 이긴 채 잔뜩 오염된
무언의 연못에 추락해 버리고.
마침 배가 고팠던 과묵한 잉어는
나비와, 그 알까지.
언젠가 탐욕스러운 아가리에 의해 악랄하게 삼켜질
꿀이 될 운명이었던 나비의 다리에 묻은 꽃가루까지 전부,
삼켜버리고.
시간이 지나 단내가 솔솔 풍기게 된 토마토는
탐욕스러운 손에 의해 부모와 작별하고
시간에 의해 썩어가던 중.
데굴데굴 굴러
오염된 무언의 연못에 풍덩
때마침 입을 벌리고 있던 잉어 덕분에,
생전 본 적도 없는,
생김새도, 어쩌면
언어도 다른 아리따운 아내와 유산된 아이를 만나버린.
썩은 토마토의 비명에
잔뜩 놀라버린 우연한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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