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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24별. 유령의 반쪽사과

by 생쥐양

그래, 맞아

하루살이는 진짜로 하루만 산다는 거야

그래서 날갯짓하며 떼를 지어 다니고 짝을 찾으러 다닌대. 아주 열심히

1년 365일이 주어진 나에게

하루는 그냥. 하루야

알람 소리에 눈을 반쯤 떴다가 딱 10분만 더 자고도 또 자고 싶어

식탁에 앉았지만 입에 밥을 넣는 건지 밥이 입에 들어가는지 몰라

분명 기분 좋게 시작한 아침이었는데 어디서부터 비틀어졌는지는 글쎄.

일을 마치고 열 시간 만에 아이들을 만나는 그 찬란한 감동의 순간은 고작 십 분도 안돼

아직도 선명한 내 화석에 몸을 맞추고 나면 그제야 길고 긴 하루가 끝났음을 알게 되는 팔다리가 있는 숨만 붙은 유령


하루살이가 들으면 참 어이없겠지

그토록 겪어보고 싶었던 지들의 하루가 누군가에겐 그냥 하루라고 소개되니 말이야

투명했던 내 몸이 부끄러워 벌겋게 달아올라 선명해져도 내일 또 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만 주어진대

나는 너희에게 부러진 날개뼈를 부딪히며 땅에 입을 맞출게

그리고 고개는 들지 않을 거야 계속 둥둥 떠다닐 거야

눈을 마주치지 말자 우리

영혼을 바꾸지 말자 우리

손에 힘이 없어 반쪽만 사과할게

나머지 사과를 받으러 꼭 와.

꼭 다시 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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