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별. 430번지 고아
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들으면 꽤나 멀어지고 싶을 텐데 괜찮겠냐
그럼 듣다가 정나미 떨어지면 꺼져도 좋다. 시작부터 거칠다고? 장난하냐 시작도 안 했는데
네 몸에 돈 주고 그린 눈썹 성질머리가 사납겠냐 몇 년간 빚지 못해 엉킨 내 털들이 드세겠냐
부모가 눈앞에서 차에 치였는데 어느 한 명 멈추지 않고 즈려밟고 가시며 음악소리 크게 틀며 꽃구경 가는 차의 행렬을 본 적 있냐. 난 그래서 차도로만 다녀. 차가 와도 꿈쩍 않는다. 경적 소리 크게 내면서 외계어 같은 소리를 창문 밖으로 던져도 두 눈 크게 뜨고 그 녀석들을 꼬나본다. 그게 복수냐고? 너 복수가 뭔지 모르는구나. 자고로 복수란 말이다. 지워지지 않는 덩어리 하나를 꾸겨넣는거야. 길 가다가 밥 먹다가 자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도록 검은 바다로 가득 찬 그곳에 깊숙이 풍덩.
밥은 먹고 사냐고? 난 말이다. 주인한테 먹이나 받아먹고 애교 부리며 교양 떠는 애들하고 달라. 내가 마음에 드는 곳이면 거기가 내 집이란 말이지. 걷다 쉬다 자다가 배고프면 또 걷다 먹다 자다가 그러고도 배가 덜 차면 덜 움직이면 돼. 간단하지.
그렇게 살면서 다친 데는 없냐고? 그래, 두 손 두 발 다 멀쩡하다. 딱 한 곳. 네가 짐작하는 거기만 빼고
외롭지 않냐고? 야, 그게 질문이냐. 태어나서 엄마 아빠 품에 있던 게 고작 1년이다. 너와 같은 사람들 나이로 치면 15살 정도지. 네가 그 나이에 빨간 불 가득 찬 심장을 끌아안은 고아가 됐다고 생각해 봐. 그딴 걸 물어오는 놈이랑 친구가 되고 싶겠냐 내 머리를 쓰다듬으라고 내놓을 수 있겠냐 너한테 꾹꾹이를 하고 싶겠냐 이 바보야
이제 그만 물어봐.
안 그래도 곯은 배가 꼬르륵 거리는 바람에 심장까지 진동이 퍼진다. 슬퍼지려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