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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22별. 한(恨)

by 생쥐양

누가 내게 미워라고 말하면

내가 그에게 미운짓을 한 줄 알았어

누가 나에게 창피해라고 말하면

그의 화가 풀릴 때까지 이쁜 짓을 해야 하는 줄 알았어

누가 나에게 헤어져라고 말하면

비를 쫄딱 맞은 새양쥐 꼴을 하고 빌어야 하는 줄 알았어

죄를 짓지 않고도 고개를 숙이는 그대여

숨을 쉬면서도 죽어있는 그대여

날아오는 화살을 온몸으로 받는 그대여

심장에 붙어있는 썩은 고기냄새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그들에게

내가 준 것은 음절이 아니었다.

그러니 추억이라고 말하지 마.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지 마.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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