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21별. 최면커피

by 생쥐양

내 몸에서도 커피냄새가 나면 좋겠어

5분만 더 자고 싶어 하는 나의 게으름을 깨워주는

가느다란 코털의 행렬들이 간지러워

마지막 한 모금은 마시지 않을 거야

사막을 걷는 듯 검은 모래가 모여있는

그 웅덩이의 그을림이 나의 시선을 끄는 게 좋아

우두커니 너를 맡고 너를 음미하다 보면

내가 서 있는 부엌은 레드썬!

10대에 널 마주하는 건 금지라는 선생님의 어름장 기억나?

이젠 그 말을 믿는 애들은 없을 거야 아마.

20대에 널 처음 만났던 자판기 앞, 지갑에 담겨있던 200원의 행방이 궁금해.

어두운 그늘 밑에서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진 않겠지? 제발 그러길.

좋아하는 사람과 부끄럽게 마주 앉아 네 입 주변만 어루만지던 뜨겁던 한여름의 오후 3시도 기억나.

식어도 맛있던 우유크림 가득했던 그 입술. 아니 그 커피.


너에게도 커피냄새가 나면 정말 좋겠어

쌈싸름한 널 안으며 한입에 넣을 거야.

꿀꺽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