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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Jul 14. 2021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신데렐라 2



막내딸이 2년 전,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동화를 올려봅니다. 

마침 브런치에서 안데르센 동화 관련 공모전을 하네요. 제 작품이 아니니 출품은 하지 않지만 생각나서 한 번 올려 봅니다. 제목도 막내딸이 지었고 오타 정도만 수정해서 글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신데렐라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언니들과 계모는 왕자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신데렐라가 정말 싫었다. 그래서 왕자가 밖에 나갔을 때 몰래 신데렐라가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신데렐라는 호수 위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계모는 언니들에게 신데렐라를 호수에 밀어버리라고 말했다.


두 딸들은 신데렐라를 호수로 밀어버렸다. 신데렐라는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안타깝게도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데렐라는 호수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밖에 나갔다 온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았지만 신데렐라는 없었다. 그 시각 신데렐라가 숨이 막혀 쓰려지려고 할 때즘 인어공주가 신데렐라를 불쌍히 여기고 살려주었다. (인어는 민물 인어일까요? 연어과 일수도 있겠네요. 거꾸로 오르는 연어 인어?)


둘은 친구가 되었다. 둘은 놀고 싶었지만 신데렐라는 물속을, 인어공주는 물 밖을 드나들 수 없었다. 그래서 물속에 사는 문어마녀에게 부탁했다. 신데렐라는 인어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목걸이를 주면 인어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목걸이를 주고 인어가 되었다.


-1년 후-


신데렐라는 인어공주와 나날이 행복했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왕자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어공주 몰래 문어 마녀를 찾아갔다. 다시 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래서 왕자가 보고 싶은 마음에 인어공주를 데려왔는데 인어공주는 목걸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새드 앤딩

인간이 되어서 궁전으로 갔는데 왕자는 공주가 안 오자 속상한 마음에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건 둘째 딸이었다. (아마 둘째 딸이 계모의 딸인 듯...... 거 왕자도 참......)


해피 앤딩

신데렐라는 엄마, 아빠, 친구, 가장 사랑하는 왕자까지 잃어 울고 있었다. 그런데 요정이 나타나서 목걸이를 주었다. 그 목걸이를 차고 다시 궁전으로 가서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 계모와 언니들은 신데렐라를 호수에 빠뜨린 것 때문에 다신 마을에 오지 못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친구 인어공주도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며칠 전, 버릴 건 버리면서 새롭게 방을 꾸미다 발견한 한 장의 종이 조각에 엄마와 아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신데렐라의 다음 이야기를 풀어내는 상상력에 놀라면서도 아이언맨에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하는 것 같은 동화 주인공들의 컬래버레이션에 감탄했습니다. 엔딩을 두 가지로 나누었던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발하면서도 미묘하게 들어맞는 이야기는 제법 커다란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 아이는 방송 작가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펙터클한 전개, 막장으로 치닫는 클라이맥스, 심지어 뭔가 제작비가 부족했을 것 같은 급조된 엔딩까지 시청률은 잘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어릴수록 놀랄만한 재능을 뽐낼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른보다 더 훌륭한 생각을 표현해 내기도 합니다. 부모의 욕심으로 그런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너뜨리고 있지는 않는지 조심스럽게 돌아봅니다. 나 역시 잃어버린 상상의 힘이 가장 아쉽고 그립습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쓸데없는 소리' 였으니까요.


아이들의 쓸데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속에 아이의 꿈과 미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발한 아이들의 생각이 나이를 먹어도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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