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모음집을 마무리하며

by 류완




일 년 전, 첫 번째 단편을 쓴 이후 20여 편의 단편을 묶어 브런치 북으로 만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처음 써보는 소설은 문체나 인칭, 플롯을 짜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중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남성에게

상상력의 빈곤은 글을 쓸수록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정성껏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단편이라도 5분은 소비되는 글, 그 소중한 시간을 내어 글을 읽는 데 사용하십니다.

다녀간 흔적이나 감상 평까지 남겨주시는 분들의 관심은 글을 이어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hortstorys



받은 만큼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의 글을 읽기 위해 노력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글을 만나면서 읽기의 즐거움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한 편의 글을 발간하고 나면 5일 정도 다른 글을 구상하고 뼈대를 세우는 동안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시간을 꼭 따로 떼어 놓고 읽기에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생각, 그리고 다양한 문체까지

하루에 20개의 글을 읽으면 20개의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

처음에는 내 글과 비교하면서 질투심이 들 때도 있었고

비교 우위를 느껴 보려는 불순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처럼, 글을 읽는 데에도 힘을 빼고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보니

모두 의미 있고 충분히 이야기할 만한 소중한 기록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글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서 저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불혹을 관통하는 나이, 사춘기 청소년도 아닌데 작은 체구의 몸이 성장할 리는 없겠지요.

틀에 박힌 가치관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 나이입니다.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의 글을 만날 땐 묘하게 흔들리는 감정이

불쾌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궁금증으로 몸서리쳐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타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변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 움직이게 만듭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면 감동과 도전을 받고

소통하는 마음으로 내 이야기를 주저 없이 풀어내곤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외롭지 않다는 확신이 손끝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제법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이보다 행복하게 글을 쓴 적이 있었나 싶네요.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지만 글에 대한 자신감은 삶에 대한 진중함으로 이어집니다.


일 년 정도 이어오던 단편소설 쓰기를 마무리하고 브런치 북으로 발간을 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른 곳에서 걱정이 생겨납니다.

생각이 뻥 뚫린 것처럼 아무것도 쓰기가 싫어집니다.

한 달 정도 브런치를 벗어나 볼까 생각하다가 무책임한 마음을 다스려 보고자

이렇게 소회를 남기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뭐라도 쓰지 않으면 나의 글쓰기도 머지않아 멈출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편하게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완벽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솔직하고 편안한 고백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않고,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남기려고 합니다.

내 삶이 그래 왔듯이 나의 글쓰기도 가늘고 길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다 보니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온몸을 느낍니다.

왠지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히네요.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봅니다.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글감을 찾을 수 있는 보너스의 시간입니다.

그러다 막히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면 지금처럼 솔직한 고백을 나누며 위로를 얻겠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담고 계신 작가님이 계신다면 이 글이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단 쓰고, 읽고, 읽고, 그러다 생각 나면 또 쓰고........

그러다 보면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으로 뭔가 대단한 게 하나 걸리지 않을까요?

그러든 말든 저는 일단 읽겠습니다.


글을 사랑하는 브런치의 모든 작가님들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keyword
이전 21화단편 소설을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