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단편 소설
K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글을 써 내려갔다.
상상의 세계를 문장으로 구체화하면서 불안한 생각을 흩트렸다.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들이 커다란 장면이 되면 알맞은 제목을 붙였다.
어두운 생각을 풀어내다 보니 화려한 글들은 아니었지만
하나씩 글로 이어 붙이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소설의 시작은 죽음을 향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어떤 이야기도, 심지어 사랑을 향한 이야기 속에서도 죽고 싶지 않은 K는 없었다.
너무나 죽고 싶을 때면 잔인한 상상이 떠올라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생각을 흩트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죽음을 향한 K의 집착이 건널목 신호등에
멈춰 선 두 다리처럼 강력한 힘에 사로잡히는 기적을 체험했다.
불면의 시간이 깊어지면 또다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갈망으로 온몸이 비틀리며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죽어야지 싶어 졌다가도 갑자기 지난번에 쓰다 만 단편 소설이 떠올라 노트북 전원을 켰다.
오래된 글에 새로운 생각을 이어 붙이면서 힘겨운 삶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글을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삶이 이어졌다.
별 다른 내용도 없다.
며칠에 걸려 완성되다 보니 글의 완성도도 떨어지고
타인과 공감을 나누기는 더더욱 어려운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갑자기 쥐어짜 낸 혼자만의 이야기를 또다시 적어 내려간다.
새로운 생각에 대한 갈망인지, 멈춰서는 생각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도입부를 마친 글은 조용히 서랍에 넣어 두고 이어지는 다음 생각을 기다린다.
얼마 전 친구 S에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고백을 했다.
한 숨을 푹 쉬고 난 S는 K에게 월요일 아침이 되면 로또를 한 장 사라고 말했다.
"왜?"라고 묻는 K에게 S는 아주 단순한 대답으로 K를 이해시켰다.
"야, 인마. 적어도 토요일 저녁까지는 기다려 보게 될 거 아냐?"
"그럼, 일요일은?"
채워지지 않은 하루의 희망을 그에게 물었다.
S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해. 다음 주는 당첨되게 해 달라고."
"아니 당첨도 안 되는 기도를 매주 일요일마다 할 필요가 있냐?"
너털웃음을 뱉어낸 S는 이번에도 뜻하지 않은 명언으로 K를 위로했다.
"널 정말 사랑하는 신이라면, 네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겠지."
그렇다.
K는 S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로또 대신 소설을 선택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계속 써 내려간다.
결론이 나기도 하지만, 아무 내용도, 알맹이도 없는 글이 더 많다.
재미 하나도 없는 것이 마치 자신의 인생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미묘한 영감은 주저 없이 컴퓨터 앞에 앉게 만든다.
K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죽고 싶을 때마다 쓰던 글은 이제 살기 위해 쓰는 글이 되었다.
누구도 읽지 않는, 부끄러운 글이지만 K는 글을 통해 새로운 호흡을 배워나간다.
삶에 지친 자의 호흡은 폐가 아닌 손 끝으로 흐른다는 비 생물학적 진리를 깨달아 간다.
절반도 채우지 못한 소설을 서랍에 담았다.
이 글은 언제 채울 수 있으려나 고민이 함께 담겼다.
다행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느리게 이어지는 삶에 조금씩 만족하며 살게 된다.
살기 위해 써 내려간 글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변화가 일어난다.
그렇게 K는 자신이 아니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소설이지만, 무수히 쌓인 허구의 문장 속에 비밀스러운 고백을 담아 본다.
진심은 은밀하지만 반복된 문장 속에 숨어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자신이 꿈꾸는 일들이 마법처럼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꿈은 꿈대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니까......
단편 소설집을 마칩니다.
우연찮게 쓰게 된 소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글은 내 마음속 고백과 함께 허구적인 상상을 담았습니다.
거짓과 진실을 섞어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가장 처음에 썼던 소설의 내용과 약간 이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내 삶의 고백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로 죽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너무나 살고 싶을 때 역설적으로 '죽겠네'라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하지요.
글을 통해 그 역설의 과정을 짤막하게 풀어 보았습니다.
소설은 힘이 있습니다.
허구로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무한대의 공간까지 끌려 올라갑니다.
그곳에서 나는 창조자이자 슈퍼맨입니다.
높이 떠오른 감정은 소설이 마무리되면서 천천히 하강하는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합니다.
이제 감정을 갈무리하며 짧은 소설집을 마무리합니다.
시답지 않은 몇 편의 글에 대단한 의미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호흡으로 따라 읽으며 함께 울고 웃는 독자의 시선은 글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힘이 있다면 읽어주시는 여러 독자님 덕분입니다.
어디에서든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언제나 평안한 하루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