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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Dec 26. 2021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한 해가 저물어갈 때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석별의 정으로 알려진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입니다.



로버트 번즈



올드 랭 사인의 작사가 로버트 번즈는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글쓰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틈틈이 자신이 처한 현실과 아름다운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시와 노래로 표현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농사도 계속 실패하자 번즈는 스코틀랜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집 한 편을 발간했습니다.
그의 시는 스코틀랜드 인들에게 큰 공감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집이 성공하면서 번즈는 이민을 떠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으로 남게 된 극적인 이야기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부러운 인생 역전이 없습니다.

책을 낼 돈도 없고,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저 같은) 마이너 한 작가들에게

로버트 번즈의 인생 역전은 로또 당첨보다 더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올드 랭 사인’은 그리운 옛날을 의미합니다.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하지만 눈물이 아닌 희망을 담은 노래입니다.
지난 시절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언젠가 다시 만날 간절한 소망을 숨기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변역 된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미래를 희망하는 노랫말은 비슷하게 이어집니다.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days of Auld Lang Syne.


오랜 친구는 잊혀야만 하고

다시 떠올리지 않아야 하는 건가요?

오랜 친구를 잊혀야만 하나요?

그리운 시절의 나날들도


For Auld Lang Syne, my dear,

For Auld Lang Syne,

We'll take a cup of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그리운 시절을 위해, 내 친구여

그리운 시절을 위해

아직은 우정의 잔을 들 수 있다네

그리운 시절을 위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ziP9FJwInF0&ab_channel=LyricCamp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카펠라 그룹 Pentatonix 버전



우리에게 석별의 정으로 알려진 노래의 가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감정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작곡가 윌리엄 쉴드는 번즈의 시에 곡을 붙였고

전 세계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게 만드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지금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의 가사를 이 노래 곡조에 맞춰 부르기도 했습니다.

서정적이면서 쉽고 단순한 곡조에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애국지사들의 애끓는 마음이 담긴 또 하나의 애국가입니다.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한 잔 술이 당기기도 합니다.

샴페인 한 잔 들고 따라 부르기에 이보다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로버트 번즈는 알코올 중독이었습니다.

위스키를 너무 사랑했던 그는 과도한 음주로 건강을 해치고

37세의 젊은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 오래 살면서 좋은 글을 많이 남기지 못한 그의 삶이 아쉽습니다.

작가로서 성공했지만 그의 인생은 그리 아름답게 마무리되지는 못했습니다.

글로써 성공한 그의 삶을 부러운 마음으로 추적해 보지만

결국 건강하게 사랑하며 사는 인생이 그 무엇보다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이제 그리운 옛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여지없이 어깨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날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이 먹는 일이 그리 즐겁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한 해의 태양이 떠오르면 

부디 작은 소망 이루며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돌아보면 그리운 옛날은 언제나 지금이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 봅시다.

언제고 다시 떠올려도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당신의 지금 이 순간을 위하여......






2021년의 마지막 글이 될 듯하네요.

내년에도 이 만큼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미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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