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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Dec 20. 2021

크리스마스를 그린 화가

토마스 킨케이드 (Thomas Kinkade)


학창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좋아하는 친구에게 예쁜 카드 한 장을 선물로 주곤 했습니다.

정성껏 마음을 담은 내용도 중요했지만 크리스마스 카드는 무엇보다

봉투를 열고 카드를 꺼냈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예쁜 그림이 압권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눈 내린 크리스마스의 하얀 밤,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린 오래된 집에서 어 나오는 따뜻한 빛,

추운 겨울이 그려져 있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에 손이 갔습니다.

누구에게 보내든지 항상 비슷한 스타일을 고른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누가 이런 그림을 그리는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팬시 회사에서 만드는 누군가의 그림이라 생각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더 이상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지 않게 되었을 때,

 크리스마스를 그리는 대표적인 작가, 토마스 킨케이드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토마스 킨케이드의 그림



젊은 화가 토마스 킨케이드는 고향의 집이 은행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걱정된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들고 미술 수집상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혹평만 들을 뿐 그림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미술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스승은 붓을 들기 힘들 정도로 늙고 병들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은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자에게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게나.”


스승의 조언을 들은 그는 상심에 젖은 어머니를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집을 그려 선물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그림에 크게 감동받았고, 아들은 어머니의 모습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는 변화된 그림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고향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다니며 따뜻한 느낌의 그림을 그려 가까운 이웃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때론 크리스마스 카드에 그림을 담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그린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그림들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림을 사고 싶다는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그림을 카드나 표지로 쓰고 싶다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가난했던 청년 토마스 킨케이드는 그림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작품성이 떨어진다거나 과도하게 상업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예술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그림을 잘 알지 못해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포근하고 따뜻함이 담긴 그의 그림이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여 년 전, 그는 세상을 떠났고 작품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제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물하는 시절은 지나갔지만

그의 작품은 검색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느낀 크리스마스의 기분이 그리울 때면 가끔씩 찾아봅니다.

지금은 잘 안 먹지만 그때는 자주 먹었던 따뜻한 호빵을 찾는 기분이 듭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욱 시린 계절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잃어가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언제나 나를 일으키는 힘이지만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되는 마음,

사랑은 따뜻하지만 힘이 있고 부드럽지만 단단한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오래된 그림을 바라보며 마음을 녹여봅니다.

따스한 추억이 담겨 있어 저에게는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풀어지지 않은 꽁꽁 언 마음이 있다면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 빛에 녹여보세요.

포근한 불빛이 주는 편안함이 불안한 마음을 녹여줄 것입니다.


당신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냅니다.

렌선을 타고 넘어 우편료가 들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비록 마주 보며 마음을 전하기 어려운 시즌이지만

당신에게도 이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라는 수줍은 고백을 담아봅니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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