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완 Feb 14. 2022

고통에 대하여



친구들과 만나 짧은 식사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식사자리이니 제법 근사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밥을 사겠다는 친구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남김없이 다 먹고 가라고 채근합니다.


위장 기관이 고장이 나서 그렇게 많이 못 먹는다며

먹고 소화하고 비워내는 일이 나에겐 너무 힘든 일임을 고백했습니다.


친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그래도 맛있는 음식은 다를 거라며

먹는 일을 즐겨보라고 권유합니다.

식도락의 즐거움이 몸을 낫게 할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처방까지 내려주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몸이 아픈 건 좋은 걸 먹는 것보다 좋지 않은 걸 안 먹을 때 나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 밀가루와 음주 같은 것만 줄여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며 꼭 따라 해 보라 합니다.


몸이 아픈 건 난데 두 사람 사이에서 논쟁이 붙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어야 한다는 친구와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는 친구의 대담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논쟁을 듣고 있던 저는 대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저만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소화하고, 적당히 아프며 살겠다고.

고통도 습관이 되면 나름 견딜만하다고 말해 주었더니 실컷 먹으라는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낫겠네."라는 싱거운 대답으로 주제 하나를 마무리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은 대부분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고통이 발생합니다.

길을 걷다가, 망치질을 하다가, 요리를 하다가 아픔을 느낍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이별을 하다가 고통을 느낍니다.


배가 고파 먹지만, 정도를 지나치거나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꼭 탈이 납니다.

평생 안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 몸에서 음식이 움직이는 과정이 몹시 신경 쓰이고 힘겹기 때문입니다.

고통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내가 아픈 만큼 누군가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프기 때문에 아픈 사람의 고백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어찌 보면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플수록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넓어지는 세계관의 확장 같은 것 말입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노랫말처럼

고통 때문에 관계를 끊고 마음을 닫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고통은 성장의 원동력이라 보기에 충분합니다.


손봉호 교수님의 저서 '고통받는 인간'에서 고통에 대한 의미 있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쾌락은 쾌락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고통을 받을 때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하게 만든다.'


고통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왜 아프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질문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힘드시지요?

저보다 더 힘든 삶을 살면서도 꿋꿋이 견디어 내는 분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극한의 고통은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도 온 몸을 깎아내는 것 같은 통증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고백하는 작가님도 있습니다.

감히 어떻게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생각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흐릅니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고통을 아는 당신은 충분히 멋진 인생을 살았습니다.

이제 적당히 미워하고, 적당히 이해하며, 적당히 불평하면서 견딜만한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인생은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해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랑입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매일 사랑하며 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같이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