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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Feb 25. 2022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주 쓰면서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분, 좋은 하루, 좋은 생각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좋은'

스스로도 자주 쓰고 있는 말이지만 이 말이 종종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마다 좋다는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였습니다. 


나에게 좋은 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간식 하나 나누어 주면서 특별한 선심을 쓰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좋은 거야."라고 말이죠.

그런데 상대는 이걸 싫어합니다.

싫어하리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한 번 도 물어보지 않았으니까요.





물어봤다 하더라도 좋은 거라고 미리 언질을 주었는데

"나는 싫어."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라면 정말 친하거나 아니며 정말 안 친하거나 둘 중 하날 겁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억지로 동의해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암묵적 룰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싫은 것이 될 수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어른이 되고도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걸 알게 되고 나니 인간관계가 어려워집니다.

조심스러워지고 다가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노는 모습을 보면 신기합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관계를 이어가는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 싫어한다면 상처를 받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쉴러 르 귄의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오멜라스라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갈등이나 범죄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멜라스 어딘가에 자리한 지하 속 좁은 방에는

어린아이 하나가 벌거 벗겨진 채 어둠과 굶주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기 전 이 아이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린아이의 두려움과 공포가 오멜라스 평화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 한 명의 비극과 바꾼 오멜라스의 행복입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누군가는 불편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오멜라스를 떠나 밖으로 걸어 나갑니다.





누군가는 그런 오멜라스가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살만한 곳이라고 말하며, 누군가는 끔찍한 곳이라 말할 것입니다.

평온하게 오멜라스의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그 불편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좋은 사람일까요?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그 불편한 진실을 거부하는 사람일까요?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여전히 좋다는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린 날에는 나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면

요즘은 나에게 좋은 것이 다른 이에게도 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멀었지요.

결국 남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 좋은 것으로 사는 삶이 아름답게 나이 먹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의 좋은 감정을 응원합니다.

나와 다른 것을 좋아한다면 더욱 환영합니다.

내가 당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면 나 역시 좋아하는 것 하나가 늘어나게 될 테니까요.

더불어 사는 인생은 이처럼 수채화 물감 번지듯 풍부해져 간다고 믿습니다.


좋다는 감정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한 가지 감정은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을 좋아합니다.

단순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제 마음의 고백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날이 이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제 마음속 상상이 아닌 여러분이 원하는 각자의 방향대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글을 마무리 짓고 나니 브런치 문우 '좋으니'님이 생각나네요.

'좋으니' 님도 정말 좋아합니다.

글도 마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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