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감정

by 류완


에모리 대학의 다이워스 교수는 성공과 실패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외과 의사가 새로운 수술 방법을 적용할 때 실패의 경험보다 성공의 경험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끈다는 사실입니다. 실패의 경우는 자기 자신의 실패보다 타인의 실패를 통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카고 대학의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주장합니다.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성공의 경험이 실패의 경험보다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성공했음을 꾸준히 알려주는 경우가 실패했음을 알려줄 때보다 성공의 확률을 높인다고 말합니다.


연구의 결과는 실패가 결코 성공의 어머니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성공의 경험이 성공을 부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의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실패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경험한 실패는 감정을 소모하면서 회피하려고 합니다. 실패의 경험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의욕만 잃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실패는 또 다른 실패를 낳을 가능성을 높일 뿐입니다.






하지만 실패는 잃는 만큼 얻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 하더라도 과정은 남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떨친다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밤새 써 놓은 논문이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서 날아가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다시 쓰기 시작하니 문장이 기억나기도 하고 스크랩해 놓았던 참고 문헌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밤새 썼던 부분을 두어 시간 만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전보다 문장도 깔끔해진 것 같았습니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시선을 얻거나 마음의 여유를 얻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공감 능력은 주목할 만한 실패의 교훈입니다. 문화 인류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은 공감을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보고, 그들의 감정과 시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우리의 행동 지침으로 삼는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공감은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감정입니다. 누구나 실패의 경험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의 모든 실패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로버트 번스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민을 결심했습니다. 틈틈이 시를 쓰던 그는 이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시집을 냈는데 이 시집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여유가 생기자 그는 이민을 포기하고 시인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의 대표곡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올드 랭 사인은 ‘그리운 옛날’을 의미합니다. 그가 노래하는 그리운 옛날에는 눈물과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어두운 역사를 위로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노래입니다. 그가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1911_432.jpg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






공감의 힘은 매우 큽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고 큰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인기 버라이어티 예능, 인터넷 방송, 블로거나 SNS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집니다.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창조적이면서도 공감대를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만의 이야기는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습니다. 대화를 이끄는 사람의 생각이 말하지 않는 다수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은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타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마음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전달합니다. 말하기는 가장 마지막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욕구가 앞서는 사람은 단계를 생략하곤 합니다. 말로는 공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공감을 표현할 때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나는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전혀 다르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오해의 시작입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알아채지 못하면 오해는 갈등으로 진행됩니다. 공감으로 시작하는 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는 아주 작은 공감으로 전체를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공감 능력은 흔히 어린아이 때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육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감 능력의 상당 부분은 어린 시절의 부모, 형제, 친구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감 능력은 성인이 되면 성장할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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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은 크게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서적 공감이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타인이 처한 상황과 시선을 이해함으로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정서적 공감에 비교하면 인지적 공감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인지적 공감 능력은 성장 가능합니다. 실패의 경험이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실패는 시선의 변화를 통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누군가 비슷한 아픔을 경험하게 되면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을 때의 연민과는 전적으로 다릅니다. 한 때는 갑상선 암을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돈 버는 암이라는 말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갑상선 암 수술을 받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매일 호르몬 약을 먹고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픔은 모두 자기만의 크기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말이 이제는 불쾌합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공감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합니다. 겸손을 키우고 자신의 한계를 먼저 직시합니다. 그래서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만나면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을 얻습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기에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말입니다.


공감은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성장합니다. 똑같은 높이로 시선을 고정하기보다 때론 낮고 때론 높게 시선을 바꿔 가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공감의 폭이 넓은 사람은 더 많은, 더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품습니다. ‘저 사람은 도저히 이해가 안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선의 폭이 다르기에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받아들일수록 생각의 영역은 넓어집니다. 생각은 공간의 제한이 없습니다. 무한한 확장이 가능합니다. 생각의 크기가 넓어질수록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자기가 주도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공감은 나를 위한 변화입니다. 인생을 나누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행입니다.


‘평생을 돌이켜 보면 가장 오래 남는 기억과 경험은 공감을 나누었던 순간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살았던 보람을 느끼게 해 주고 끈끈한 정으로 함께 했다는 사실로 위로를 받게 해 주는 순간이다.’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중에서 -






순간의 감정에 끌려가다 보면 이해하기에 앞서 화가 납니다. 공감의 속도는 느립니다. 마음이 아무리 넓어도 한 번에 모든 감정을 마음에 담을 수 없습니다. 주변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걷다 보면 분노는 걷히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조금씩 이해됩니다. 속도를 늦출수록 더 넓은 마음을 품을 수 있습니다. 잠시 멈춰도 좋습니다. 기다림은 공감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가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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