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제법 사이가 좋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거의 매일 아내와 산책을 나서고 그때마다 아내는 팔짱을 낍니다.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루틴이니 이 정도면 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잉꼬부부입니다.
종종 아내가 혼자 장을 보러 가거나 길에서 이웃을 만나면
왜 오늘은 혼자냐는 질문을 듣는다고 고백합니다.
열쇠고리처럼 달고 다닐 수는 없다고 하라 말하지만
아내도 이제 좀 귀찮은 질문이 된 것 같습니다.
적당히 떨어져서 시간차를 두고 산책을 할까 싶다가도
우리 부부는 수다가 많은 편이라 입을 다물고 걷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다 큰 아이들의 귀가 있어 집을 나서면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길에 뿌린 우리 부부의 은밀한 이야기들은 둘만의 비밀입니다.
참 재밌는 여행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달리 먼 여행을 즐길 필요도 없습니다.
둘 만 있으면 걷는 길이 모두 특별한 여행인걸요.
마음이 맞는다는 건 참 중요합니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돌리고 돌려도 지루함이 없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한숨 쉬고 화도 내면서 풀어냅니다.
이쯤 되니 우리 부부의 사랑은 에로스를 넘어 전우애로 다져진 것 같습니다.
닭살 돋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사랑이라는 감정에 조금씩 의문이 들어 그렇습니다.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지만 어느 날은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모습도 조금 달라 보이고 내 감정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는 날입니다.
'사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사랑할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이 사람과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까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과 앞으로도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은 사뭇 다릅니다.
하나는 증명이 되어 있다면 다른 하나는 믿음의 영역이니까요.
믿으면 편해질지 몰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의심이 꿈틀거리며 올라옵니다.
지난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내 의지가 얼마나 부질없고 나약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24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연애 기간까지 합하면 27년, 삶의 절 반 이상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랑해 왔다고 말하지만 사랑의 깊이는 매 순간 달랐습니다.
갈등도 있었고, 뜨거웠던 적도 있었고, 서늘한 시기를 넘어 비로소 여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 풍파를 넘어 지금의 관계를 이루고 있기에 미래에 대해 섣불리 확신할 수 없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겸손한 거고 나쁘게 보자면 간사한 마음이라 할 수 있겠네요.
부부라는 관계가 돌아서면 남이라지만 지금의 애틋함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살짝 비추었더니 장담은 못 하겠다고 합니다.
내가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했습니다.
쓸모 있는 남편이 되어야겠습니다.
의심이 열정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